문재인정부는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 사회 구현’을 20대 국정전략 중 하나로 제시했다. 안전의 여러 분야 중 최근 취약점이 부각되는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산업안전이다.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재해를 입는 근로자가 한 해에만 9만명. 이 중 사망자는 1000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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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두용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역본부에서 산업 재해를 줄이기 위해 중점적으로 벌이는 활동 등을 설명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제공 |
―우리나라 산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
“작년 한 해에 일하다가 재해를 당한 근로자(재해자)가 8만9848명이고, 이 중 업무상 사고 사망자가 964명이다. 매일 240여명이 부상하고 3명가량(2.64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기준이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근로자에 대한 사고성 사망만인율(사망자 수의 1만배를 전체 근로자 수로 나눈 값)로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일본과 독일,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2∼3배 높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은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자살, 교통·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는데.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는 국민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가장 중요하고, 절박한 부분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다. 도로교통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은 사후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 목적이다. 이게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강력하게 규제해 단계적으로 안전문화와 관행을 바꿔가겠다는 것이다. 이는 큰 틀에서 저출산 고령화와도 맞닿아 있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들거나 사망하면 이는 곧 노동력 손실로 이어져 우리 사회에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
―공단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대책은.
“공단은 올해 사업부터 가능한 부분은 모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사업으로 바꿨다. 이에 앞서 사고사망 발생 형태를 분석하고 실태를 파악했다. 여기에 기반해 사고가 많이 날 뿐 아니라 사업 대상이 비교적 명확하고 효과성도 높은 추락·충돌·질식을 3대 악성 사고사망으로 정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공조해 ‘권한을 가진 자와 책임이 있는 자’가 안전보건의 책임을 지는 사회를 실현하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자를 절반(500명대)으로 줄이는 것이 구체적인 목표다.”
“작년 한 해에 발생한 사고 사망자의 절반이 넘는 506명이 건설업에서 나왔다. 이 중 추락사고가 276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결국 전체 사고 사망자의 4분의 1 이상이 건설 현장 추락사고로 발생했다. 추락사고를 또 분석해보면 높은 곳에서 일할 때 설치하는 임시 가설물인 ‘비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작업 발판과 안전 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불량 비계에서 추락 사망이 집중된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안전한 비계라 할 수 있는 시스템 비계의 보급률을 현재 16.7%에서 2022년 60%까지 끌어올리겠다.”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가 안전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하청업체와 관련해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올해 초 발생한 포스코 질식 사망사고, 평택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 추락사고 등의 공통점은 하청업체 노동자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를 하청업체 노동자가 직접 해결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원청업체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입장에서 현장에 대해 일일이 확인할 수도, 알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조심하라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조치다. 원청이 하청에 일을 시킬 때에도 자신의 시설·설비·화학물질 등을 관리하듯 안전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업장의 ‘장소와 시간을 통제하는 자’가 안전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취임 뒤 전국의 모든 지사를 방문하셨다 들었다.
“올해 사업 내용과 추진 방식을 가다듬기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취임 직후 27개 지사를 모두 방문해 현장의 의견도 수렴했다. 전국의 직원에게 왜 사업을 중간에 바꿔야 하고, 정부가 왜 정책 방향을 전환했는지, 앞으로 공단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선 현장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었고 사업의 방향성을 더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인프라 상황은 어떠한가.
“고용노동부에서 산업안전을 감독하는 근로감독관이 500명 정도이고 이 중 현장에 배치되는 인원은 400명을 넘지 않는다. 공단 인원도 1600여명 정도인데 현장에 배치된 인원은 1000명 정도다. 전국을 맡기에는 인구 대비로 보나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을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단에 사고조사단을 새로 만들었는데 이 인원이 10명 정도이다. 전문가들을 현장에 가까이 상시 배치해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국가적인 안전을 관리하기 위해 최소 인력과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 문제는 사회나 산업구조와 함께 변해간다. 기존에는 고용구조가 종신 고용 형태의 정규직이었고, 분야도 제조업과 건설업 위주였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비정형 고용, 일용직, 파견직 등 간접고용이 대폭 늘었다. 분야 또한 4차 산업혁명 영향으로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플랫폼 노동자도 는다. 근로자는 있는데 고용주는 없는 형태다. 이런 상황을 법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양상도 A가 B를 일으키는 식의 단순 선형 구조에서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원인망 구조가 됐다. 이로 인해 직업병의 판정도 기존 기준으로는 어렵다.”
―산업안전보건 체계가 많이 변했다는 얘기인데.
“과거 선진국 사례를 종합해 보면 노동자 안전에 먼저 관심을 기울이고 이어서 노동문제가 제기됐다가 노동과 안전으로 분화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문제로 시작해 노동법의 한 부분으로 안전을 다뤘다. 임금 체불이나 노동자 복지, 휴식 등에 관한 노동문제는 민사적 접근이 가능하다. 임금 체불만 해도 돈을 받아 주거나 먼저 준 뒤 구상권을 행사해 해결한다. 안전은 민사가 아니라 공법, 형법적 특징이 있다. 따라서 산업안전을 노사가 알아서 풀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위험수당을 두둑이 받을 테니 안전기준 안 지키고 일하겠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산업안전 분야의 정책 효과가 바로 나오기 힘들지 않은가.
“안전에 대해 일관성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가는 나라의 특징은 관련 정부 조직이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정부 조직 구조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교통안전과 식품안전, 환경안전 쪽은 비교적 중장기 과제가 잘 누적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나 환경부 등 전담 조직을 가지고 있다. 산업안전 쪽은 전담 국과 산하기관이 있지만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소비자안전 쪽은 아예 없다. 가습기 살균제나 BMW 승용차 문제가 그래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다. 안전은 정부 규제만큼 확보된다. 적절한 정부 조직구조와 예산 집행구조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힘들다.”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데.
“산업안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 수준은 높아졌지만 대형사고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어 불안이 크다. 이를 사회적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발족했다. 위원회는 노사정이 각각 발제한 의제 중에서 단기 과제로 △장시간 노동 근절과 건강 보호를 위한 예방대책 △사업장 안전문화 확산과 정착방안 △중소기업 안전보건 확산방안 △감정노동자 및 플랫폼 노동자 건강보호 방안을 선정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안전 예방 감독과 조직체계 개편방안 △산재보상보험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할 것이다. 총론에서는 이견이 없더라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다를 수 있다.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임기 내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국정과제인 산재사망사고 감소가 제 임무다. 그렇다고 목표물만 좇지는 않을 것이다. 안전 분야는 사회 전반의 제도·문화적 시스템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임기 내 공단의 조직과 사업 구조의 기본적인 틀을 공고히 하는 게 주된 목표다. 한국사회에서 안전에 대한 패러다임이 근본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공단이 우리 사회의 최저안전망을 지킬 수 있는 확실한 기관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정리=김준영 기자
대담=박희준 사회부장
박두용 이사장은…
●1963년 전북 무주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환경산업보건학 박사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한성대 안전보건대학원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한국산업보건학회 회장 ●한국안전학회 부회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1963년 전북 무주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학 석사 ●미국 미시간대 환경산업보건학 박사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한성대 안전보건대학원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 ●한국산업보건학회 회장 ●한국안전학회 부회장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