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美국무부 “남북연락사무소 운영물자, 위반 여부 살펴보겠다”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상시 운영을 위한 물자 공급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인지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개성공단 내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거듭 난색을 보이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개소를 강행키로 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에 중대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공동연락사무소에 석유와 전기를 공급할 예정인데, 유엔 제재 위반이냐’는 질문에 “제재 위반인지 아닌지 분명히 들여다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우리는 남북이 공동연락사무소 개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이 북핵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한국·일본 동맹국과 많은 것들에 대해 긴밀한 협력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공동연락사무소 운영에 대해 대북제재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달 내 개소 방침을 세웠다. 8월 중순까지 공동연락사무소가 제재 면제를 받을 수 있도록 미국·유엔과 협의하겠다고 말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제재 면제를 적극 시도하던 정부는 8월 중순 미국과 합의 없이 개성 지역에 전기를 보내기 시작했다.

공동연락사무소 상시 운영에 필요한 전기와 물자 공급 등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에 저촉될 소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미국과 제재 면제를 협의하다가 미국이 불편함을 드러내자 아예 제재 면제 대상이 아니라고 말을 바꾸면서 양국의 근본적인 신뢰문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면 미국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 국무부가 공동연락사무소의 제재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우리 정부의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강행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올해 남북 간 군 통신선 연결, 이산가족 상봉시설 개보수 등과 관련해 대북제재 적용의 예외로 인정하는 데 동의했지만, 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계속되는 교착상태를 해소할 방안으로 연락사무소 설치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제안했다. 그는 24일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에서 “북·미 간 상호 불만은 ‘모호한’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각자의 자의적 해석 때문”이라며 “연락사무소 교환 설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냉대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핵심 조처”라고 밝혔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