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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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진정한 인간교육을 꿈꾸다

자원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는 인적 자원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래서 유난히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목을 매는지 모른다. 그런데 제대로 교육시키기보다는 객관식 시험에 의한 줄세우기 경쟁에만 자녀를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처럼 논술형으로 대학 입시를 바꾸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교육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보인다.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수상작인 ‘캡틴 판타스틱’(감독 맷 로스)은 홈스쿨링의 의미와 한계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영화이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이 영화는 막연히 기대했던 미국의 제도권 교육까지 도마에 올려놓는다.

벤(비고 모텐슨)은 6명의 자녀를 데리고 숲속에 들어가, 자신만의 교육철학으로 아이들에게 지·덕·체를 함양시킨다. 낮에는 체련단련을 위해 인디언 전사처럼 사냥을 하고 무술을 익히며, 암벽타기까지 한다. 밤이면 모닥불을 피우고 둘러 앉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총, 균, 쇠’(Guns, Germs, Steel)는 기본이며, 8살 딸도 조지 엘리엇의 ‘미들 마치’ 등의 문학과 인문학 책을 척척 읽어낸다. 좀더 큰 아이들은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토론하며, 6개 국어에 에스페란토까지 술술 구사한다. 단순한 암기 지식이 아니라 이를 적용해 사회 비판까지 할 줄 안다. 아버지가 모닥불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면 아이들도 맞춰서 합주하는 등 정서적인 면까지 교육한다.

큰아들은 예일, 하버드, 프린스턴, 브라운 등 최고의 명문대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다. 공교육을 불신하는 벤의 교육철학과는 배치되지만, 전직 변호사였던 엄마 레슬리의 도움으로 진행된 일이었다. 함께 살던 그녀가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받은 지 3년이 지난 후 결국 자살하자, 벤과 아이들은 숲을 떠나 엄마의 장례식에 가게 되면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애들이 학교도 가고 세상도 만나야지라며 오빠 벤에게 조카 걱정을 하는 하퍼(캐서린 한)의 아이들은 오히려 학교 공부도 관심 없고 게임이나 즐기는 모습이다. 벤의 8살짜리 딸이 권리장전의 의미를 현실에 적용하며 말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교육부가 대학에 수능 위주 전형을 30% 이상 늘리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교육제도 조금 바꾼다고 교육 문제가 해결될까 걱정스럽다. 이 영화는 이상적 교육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묻고 있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