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본적으로 근로시간 개념을 법으로 정한 뒤 업계 특성 등을 반영해 적절하게 규율하는 게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시간 상한을 두고 있을 뿐 정작 근로시간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혼선이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 6월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들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보육교사의 휴게시간 보장을 위한 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유럽연합(EU)의 근로시간지침상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 재량에 의해 근무하거나 자신의 활동 또는 업무를 수행하는 모든 기간 △근로자가 관련된 훈련을 받는 모든 기간 △관련 협약에 의해 근로시간으로 간주하기로 한 모든 추가 기간이다.
유럽연합법상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 처분에 따르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기간’으로 규정됐다. 휴게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처분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모든 기간’이다.
이에 따라 휴게시간은 휴가와도 연계된다. 일, 주, 연 단위의 휴게시간 및 휴가가 명확히 규정된다.
그러나 최근 휴게시간을 규정하기 어려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퇴근 후 전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한 업무 연락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기존 법대로 휴식을 인정해서는 근로자의 건강을 충분히 보장하고 피로와 관련한 직업병을 예방하기 힘들다는 사회적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다만 업무시간 외 연락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에는 ‘소정 근로시간’을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하도록 할 뿐 이 외의 다른 규정은 없다.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는 대목이 있지만 이 또한 근로시간 산정을 위한 차원이다. 주 40시간의 근로시간 상한은 있지만 무엇이 근로시간인지 모호하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되어 있는 시간’이라는 행정해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근로시간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난무할 수밖에 없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근로기준법은 ‘무엇이 근로시간인가’의 근본적 질문을 도외시한 채 ‘얼마만큼 일할 수 있는가’라는 현상적 측면만을 규율해 왔다”며 “근로시간의 이면인 휴게 및 주휴일 등 휴식제도에 대한 개념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