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태풍, 남반구보다 북반구서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지구의 미래]

남반구 바다 면적 훨씬 넓어도/태풍 만들 수온까지 시간 걸려/제트기류도 빨라 태풍 기 못 펴
태풍은 따뜻한 바다에서 나고 자란다. 비전문가라면 이 정도만 알아도 태풍 상식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이왕 태풍기사를 읽기 시작했으니 몇 가지만 더 알아보자.

―바다는 남반구가 더 넓은데 태풍은 왜 북반구에서 더 많이 발생할까?

“따뜻한 바다라는 단어에 답이 있다. 남반구는 바다 면적이 넓은 만큼 태풍을 일으킬 만큼 수온이 오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남극대륙이 넓게 버티고 있어 남반구 바다 표면온도는 평균적으로 북반구 바다보다 낮다. 즉, 바다는 넓어도 따뜻한 바다는 좁은 셈이다. 이유는 이것 말고도 더 있다. 적도와 극지방의 온도차는 북반구보다 남반구가 더 크다. 저위도와 고위도 간에 온도차가 크면 우리가 잘 아는 ‘제트기류’가 빨라진다. 그래서 남반구 제트는 보통 북반구 제트보다 빠르다. 상공에 바람이 쌩쌩 부니 남반구에서는 태풍이 높다랗게 자라기 힘들다.”

―적도도 뜨겁긴 마찬가지인데 왜 태풍은 위도 5도 이상에서 만들어질까?

“코리올리의 힘 때문에 그렇다. 불친절한 답변에 실망하지 말고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지구는 둥글다. 그래서 24시간 똑같이 한 바퀴를 돌더라도 적도의 한 바퀴는 북극의 한 바퀴보다 길다. 따라서 24시간 동안 한 바퀴를 돌려면 적도가 북극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적도의 자전속도가 북극에서보다 빠르단 뜻이다. 극단적으로 비유해 적도를 달리는 버스, 북극을 땅이라고 가정하자.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버스에서 땅으로 뛰어내릴 경우, 분명히 정면을 보고 뛰어도 관성 때문에 실제 생각한 것보다 오른쪽으로 치우쳐 착지할 것이다. 지구에서도 적도와 고위도의 자전속도 차이 때문에 적도에서 북반구 고위도로 공을 쏘아보내면 공은 지구 자전방향을 따라 서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이게 바로 코리올리 힘이다. 고기압이 시계방향으로 돌고, 저기압이 반시계방향으로 도는 것도 모두 코리올리 힘 때문이다. 태풍도 이 코리올리 힘이 있어 솜사탕이 만들어질 때처럼 빙빙 돌면서 커진다. 그런데 코리올리 힘은 적도에서는 0이다. 이 때문에 적도 바다가 아무리 뜨거워도 회전력이 없기 때문에 태풍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태풍 베스트트랙은 왜 만드는 걸까.

“태풍이 이미 지나가고 난 뒤 다시 한번 태풍이 이동한 경로를 그린 것을 베스트트랙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등 태풍 예보를 하는 많은 국가에서 베스트트랙을 만든다. 태풍의 눈이 또렷이 살아 있는 전성기가 아닌 발생 초기나 약화 단계에서는 태풍의 중심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태풍이 지나가는 다급한 상황에서 확보할 수 없었던 관측자료를 끌어모아 다시 한번 정확한 이동경로를 그려보자는 취지다. 기상청의 잦은 오보에 ‘예보는 기대도 안 할 테니 중계라도 잘하라’는 질타가 나오지만 태풍에서만큼은 중계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