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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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 斷想

‘최저임금법’에 의해 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노동자는 최장 3개월의 수습기간 동안 최저임금에서 10%를 삭감한 금액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외국인 노동자 수습제도’ 도입을 건의했다. 외국인 노동자만 ‘수습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고 그 할인율을 높여서, 국내 입국 1년 차에는 최저임금의 80%, 2년 차에는 90%를 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이 언어 소통, 숙련도 등의 요인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87.5% 수준이라는 자체 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일본도 외국인 산업연수생에게는 입국 후 1∼2년간 최저임금의 80∼90%만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건의를 반영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 개정안은 ‘외국인 노동자 차별’을 제도화한 것으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헌법과 법률 및 국제협약 위반이다. ‘대한민국헌법’은 제6조 제2항을 통해 외국인에게 내국인과 동등한 처우를 보장한다. 국가는, 국민과 마찬가지로 외국인에 대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때에만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지만, 그때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제37조 제2항). ‘근로기준법’은 제6조에서 성(性)·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에서의 차별적 처우 금지, 즉 ‘균등한 처우’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이 가입한 국제노동기구 제111호 협약, 즉 ‘고용 및 직업에 있어서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도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또한, 외국인 노동자 수습기간 연장 논거가 취약하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는 2017년 5월 15일부터 7월 16일까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 중인 외국인 노동자 2765명을 대상으로 “초보자가 당신이 직장에서 하는 일을 배운다면, 그가 그 일에 숙달되는 데 대략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응답 결과는 일주일 16%, 2∼3주일 19%, 1개월 23%, 2∼3개월 22%, 4∼5개월 8%, 6개월 이상 12%의 분포를 보인다. 이 조사는 체류기간 2년을 초과한 ‘숙달된 노동자’의 직무까지 포함하고 있지만, 조사 대상자의 80%가 3개월 정도면 직무에 충분히 숙달되는 것으로 응답했다. 

이어,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수습(修習)이 아니라 강습(講習)을 부과하고 있는데, 그조차 기간이 매우 짧고 내용도 다르다. 2017년부터 ‘외국인 기능실습의 적정 실시 및 기능실습생의 보호에 관한 법률’을 시행해 연수제도를 없앴다. 새 제도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는 보통 2개월(입국 전 강습 수강자는 1개월) 동안 ‘연습이나 훈련 등의 실기’가 아닌 ‘강의 형식의 학과 교육’을 받게 한다.

끝으로, 차별적 저임금으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가능해지면,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의한 내국인 일자리 대체가 발생한다. 사업주가 한국인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선진 각국의 노동법은 국적에 따른 임금과 근로조건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