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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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호구 노리는 'PT헌팅' 을 아시나요?

"한숨만 나오네요.”

직장인 김모(31)씨는 지난 6월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채 1주일도 되지 않아 40회가량 개인교습(PT)권을 끊었다. 가격은 현금으로 190만원. 애초 퇴근 후 가볍게 러닝머신이나 타려는 마음이었지만 “30회 이상 등록시 50% 할인해주겠다”는 트레이너의 말에 홀라당 넘어가버렸다.

그러나 김씨는 요즘 인터넷에서 ‘PT 환불 받는 법’을 찾아보고 있다. 보충제를 강권하기 일쑤고 교육 중 자리를 종종 비우던 트레이너가 최근에는 운동 지식마저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속는 셈치고 PT를 계속할 지 불편한 상황을 무릅쓰고 환불을 요구할 지 정말 고민”이라며 한숨을 푹 쉬었다.

무더운 여름철 몸매 가꾸기 열풍이 한바탕 지나가면서 트레이너들의 과도한 PT 영업에 ‘눈칫밥’을 먹거나 한번에 수백만원을 결제하고 뒤늦게 속앓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영업 활동이 워낙 치열해지다보니 “운동·코칭능력보다 영업 능력이 더 중요해 진 지 오래”란 볼맨 소리를 하고 있다.

2일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PT를 교묘히 유도하는 이른바 ‘헌팅’은 최근 각종 헬스 트레이너 교육기관에서 ‘PT 마케팅’, ‘PT 영업’ 등으로 별도로 가르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트레이너를 대상으로 영업 노하우를 공유하며 10만∼30만원의 수업료를 받기도 한다.

예컨대 “몸의 좌우 균형이 맞지 않는다”, “강요하지 않을 테니 무료로 PT를 받아보라”, “몸에 잠재력이 있다”같은 ‘영업용 멘트’나 재등록 권유를 위해 단기간에 근육이 빠르게 크는 특정 부위만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이른바 ‘재등록용 운동’ 등을 가르치는 식이다.

이런 영업 활동이 치열해진 것은 헬스장 수가 많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심규화 대한운동지도자협회 교육이사는 “헬스장 업체 수가 많아지면서 월 회비를 2만∼3만원까지 낮추는 대신 트레이너를 통해 공격적으로 PT 영업을 벌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귀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신고체육시설 전체가 2011년 5만6368개소에서 2016년 5만8321개소로 3.4% 증가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헬스장(체력단련장업)은 6449개소에서 8396개소로 30.1%나 늘었다.

트레이너들의 봉급 체계가 성과급으로 바뀐 점도 한몫했다. 취재진이 트레이너를 채용하고 있는 업체 5곳에 문의한 결과, 기본급은 적게는 40∼50만원이었고, 많아봐야 120만∼150만원 선이었다. 기본급이 적은 곳은 5(업체)대5(트레이너), 많은 곳은 6대4나 7대3 정도로 PT 비용을 나눈다. “(급여가)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한 업체 관계자는 “기본급을 아예 주지 않거나 월별 PT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을 깎는 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트레이너들에게 영업을 부추기는 구조인 탓에 소비자 불만도 쌓여갈 수밖에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헬스장·휘트니스센터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4년 1148건에서 지난해 1529건으로 33.1%가량 늘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804건이 접수됐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따로 통계가 집계되진 않지만 PT 관련 불만이 상당수”라며 “계약 전 중도해지나 환불 절차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트레이너들도 할 말은 있다. 5년 경력의 한 트레이너는 “전문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효과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사람들 눈초리가 워낙 싸늘해져 ‘일’인 데도 PT의 P자도 꺼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트레이너는 “최근 ‘PT 권유 안 함’을 전면에 내세운 업체들이 늘어나는 등 업계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트레이너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