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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고창군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인촌 김성수에 대한 설명. 고창군 홈페이지 |
정부가 내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민족 지도자’로 칭송하고, 그들을 기리는 기념물을 공공시설에 버젓이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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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종로구 계동의 인촌 김성수 가옥. 서울시 제공 |
4일 민족문제연구소가 2015년 작성한 친일행위자 기념사업 현황표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친일 인물 89명의 이름을 딴 기념물이나 기념사업은 총 240여건에 달한다. 이 중 정부소유 건물과 공공시설 등에 설치된 친일 인물 기념물(추모비, 동상, 흉상 등)만 총 34점이며, 시·도 지정문화재로 관리되는 기념물이나 시설을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경우, 김성수의 서훈 박탈로 현충시설이 해제된 종로구 계동 김성수 가옥을 여전히 ‘서울미래유산’으로 홍보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곳을 ‘민족 교육과 계몽 운동에 주력한 정치인 김성수가 거주하던 가옥으로,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의 배후 지원 및 민족 교육, 민족문화의 보급을 위해 노력했던 장소로써 보존 가치가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100년 후의 보물’로, 서울시는 선정된 유산을 중심으로 역사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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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종로구 계동의 인촌 김성수 가옥과 동상. 서울시 제공 |
인천시도 대표 친일 인물인 김활란(1899∼1970)을 인천을 빛낸 인물로 선정해 최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그의 업적을 칭송하며 ‘활약이 대단했던 여성 지도자’로 소개하다 이달 중순 무렵 글을 삭제했다. 김활란은 조선총독부가 주관하는 친일단체 등에 참가하고 징병제의 타당성과 황국 여성으로서의 사명을 강조했다.
친일 인물과 독립운동가의 기념물이 나란히 세워진 경우도 있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옆 미관광장에는 대표적 친일 시인인 주요한 시비와 조선어학회 한글수호 기념탑이 함께 세워져 있다. 또 일제 침략 전쟁을 찬양하는 글들을 발표한 장덕수는 서울 중랑구 망우리애국지사묘역에 한용운, 조봉암 등과 함께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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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 세워진 초대 총장 김활란의 동상. 뉴스1 |
시민단체와 대학사회는 지자체의 잘못된 역사 인식을 비판하며 기념물을 철거하거나 기념물 앞에 친일 행적을 함께 기록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지자체와 관리 기관들은 강제성 있는 법안이 없는 데다 건립 단체의 반발로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5년 5월 김영록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현 전남도지사)이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확정한 친일 인물 기념물 설치와 일반 공개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 없이 자동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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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 세워진 김활란 동상 앞에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 팻말이 서 있다. 초대 총장 김활란의 친일행적을 알리기 위해 1022명의 학생이 모금해 팻말을 세웠으나 학교 측은 규정상의 이유로 팻말을 철거했다. 뉴스1 |
전문가들은 법 개정만 기다리기보다는 기념물에 인물의 ‘공’과 ‘과’를 모두 알리는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국립국악원은 원 내에 설치된 원로국악인들의 동상 중 일부 인물들의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되자 공적 옆에 친일행위도 함께 알린 대표적 모범 사례”라며 “과거에는 친일 인물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아 기념물을 그대로 뒀지만 이제는 정부가 친일 인물을 명확히 한 만큼 이들의 행적을 객관적으로 알리는 것은 더는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