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고무줄''로또' 병역특례 논란…국민은 공정·형평 원한다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운동선수에 대한 병역특례는 1973년 병역특례법 제정으로 시작됐습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딴 레슬링 양정모 선수가 첫 병역혜택 수혜자였습니다. 그러다 1981년 88 서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전두환 정권이 올림픽 흥행을 위해 올림픽·아시안게임 등에서 3위 이내 입상자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기로 대상을 넓혔습니다. 이후 병역특례 수혜자가 많아지자 정부는 1990년 지금처럼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에만 혜택을 주는 것으로 법을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같은 제도는 시대에 맞지 않아 개정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우승자에겐 병역혜택을 주면서, 아시안게임보다 수준이 더 높은 종목별 월드컵 대회는 축구 외에는 혜택이 아예 없다는 것이 우선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육상이나 수영 등 비인기 종목에서는 동메달조차 따기가 어려운데, 혜택은 인기종목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병역특례 대상자 총 42명 중 70% 가량인 29명이 축구·야구 선수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특히 야구대표팀이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병역에서 중시되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야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사회인 야구선수로 구성된 일본과 우리나라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대만만 이기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이라 아시안게임 때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곤 했습니다.

이기기 어려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는 출전을 꺼리면서 상대적으로 대회 수준이 낮은 아시안게임에는 앞다퉈 나가려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프로선수로 거액을 벌면서 병역혜택까지 손쉽게 받으려는 모습을 지적한 것입니다.

그러자 당국은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출전 성적에 따라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혜택을 주는 이른바 '점수 누적제' 도입을 시사했습니다. 어떤 형태로 개정되든 징병제 국가에서 병역은 공정하고 형평성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일부 종목 선수들을 계기로 병역특례 논란이 다시 불 붙고 있다.

병역특례를 두고서는 그간 형평성·공정성 문제가 주로 지적됐는데, 이번 논란을 계기로 45년동안 이어져온 제도 자체를 전면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은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 대표팀 선수들이 병역특례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선수가 팀의 우승에 편승해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 주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1위를 하게 되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운동선수는 특례를 통해 병역을 면제받은 반면, 유명 가수는 혜택을 볼 수 없어 불공평하다는 것.

병역특례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지난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병역특례법)'이 신설되면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1993년 특례법이 폐지되면서 일부 달라진 점이 있지만, 여전히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이외에 공중보건의나 예술체육요원도 포괄적으로 병역특례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예술·체육분야에서는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한 이들을 병역특례 대상으로 삼아 왔다. 현재 운동선수에 대한 병역특례 기준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다.

하지만 제도에 편승하거나 특례 대상이 된 이후 국가대표 선발에 불참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표팀은 선발 과정에서부터 군 미필자 중심으로 꾸렸다는 비판을 받았고, 부상으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던 선수도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었다.

병역특례 기준을 놓고도 잡음이 적지 않다. 운동선수에 대한 특례 기준에 2002년 월드컵 축구 16위 이상 입상자, 2006년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위 이상 입상자가 추가됐다가 지난 2008년 다시 현행 기준으로 축소되면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병역특례제도의 허점을 노린 '꼼수' 논란은 예술·체육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한 유명 가수는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지만,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특혜 의혹이 불거져 검찰 수사를 받은 뒤에야 재입대했다.

◆병역특례제도 허점 노린 '꼼수' 논란 여전

일반 국민의 경우 산업체가 원하면 전공과 관계없이 산업기능요원으로 지정받아 근무하는 등 부유층 자녀 병역기피 수단으로 병역특례 제도가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업주가 출근하지 않는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병역특례요원으로부터 뒷돈을 받거나,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업체에 서류상으로만 편입하는 경우도 수사기관에 의해 적발된 바 있다.

대학 연구소에서 교수와 학생이 짜고 특례업체에 이름만 올려둔 뒤 연구를 하는가 하면, 업체들 사이에서 정원을 거래한 경우도 적지 않다. 2016년에는 한국게임과학고에서 협력 관계인 병역특례업체 소속 산업기능요원을 방과 후 학교 강사로 채용해 급여를 지급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주요 공직자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병역특례 의혹이 등장할 정도로 편법 병역 기피가 최근까지 만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처럼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란에도 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러 차례 문제가 수면 위에 올랐지만 관련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태경 "고전음악 콩쿠르 1등 병역특례…빌보드 1등 방탄소년단은?"

체육 특기자에 대한 병역특례 폐지 논란이 불거짐에 따라 국회에서도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공정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병역특례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특례 대상자의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19대 국회 당시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2012년 8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기간을 일정 비율로 환산해 체육요원으로 복무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20대에서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이번 논란을 계기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한 현행 병역특례를 사실상 폐지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개정안은 예술·체육 특기자가 지도자 등의 자격으로 군 복무를 하되, 군 복무 시점을 최대 50세까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 의원은 "예술·체육요원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해소하는 동시에 장병들에게도 수준 높은 예술·체육 지도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다른 차원의 대안을 제시했다.

안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 공론화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야 할 시점이 됐다"면서도 "병역특례 제도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신 "은퇴 후에 재능 기부를 일정 기간 하게 해서 군대 문제를 해소하자는 방안이 있다"면서 손흥민 선수의 병역을 일단 면제해주되 은퇴 후 학교 축구부나 유소년 클럽에서 지도자로 활동하도록 하는 안을 예로 들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병역특례 대상자의 범위를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하 의원은 "이번 국회에서 체육선수들 군 면제와 관련한 특위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며 "여러 의견을 종합해 체육선수가 군 면제를 받더라도 다 같이 박수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바이올린, 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방탄소년단처럼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방부 "여론 수렴중…형평성·공정성·실효성 고려해 결정할 것"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병역특례를 전면 폐지해 달라'와 '병역특례를 유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특례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기존의 취지를 벗어나 엘리트 스포츠 집단의 병역회피용으로 악용되고 있다" "입영 대기자와 복무 기간이 줄어 필요인원이 늘어난 시대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스포츠 영웅들이 모두 외국으로 귀화할 것"이라면서 특례 유지를 주장하거나 "병역을 유예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 등의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방부는 병역특례와 관련한 논란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국방부는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형평성, 공정성, 정책 실효성 등을 고려해 병역특례에 대한 개선 방향을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