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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비핵화 시간표'…北·美협상 트럼프에 공 넘겨[뉴스+]

文대통령·트럼프 메시지 동시 전달/ 金, 완전한 비핵화 약속으로 화답/ 金 “선제조치 평가 인색” 심경 토로/“동시행동 준수 땐 더 적극적 조치/ 종전선언·주한미군 철수 별개” 주장/ 美 ‘先 비핵화·後 보상’원칙과 충돌
9·5 대북 특별사절단의 최대 성과는 시한을 명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이다. 지지부진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추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 내지는 중재외교로 귀결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정은과 환담하는 특사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 세번째)이 이끄는 문재인 대통령 대북 특별사절단 대표들이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첫번째)과 2018년 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남북관계 진전, 비핵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사단을 배웅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옆에 서서 함께 배웅하고 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사단을 배웅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옆에 서서 함께 배웅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던진 ‘비핵화 시한 카드’

현재 북·미 협상은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선후관계를 놓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특사단 파견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당신이 수석협상가(chief negotiator) 역할을 맡아 달라’며 특사편에 전할 메시지까지 맡겼다. 문 대통령 친서와 트럼프 대통령 메시지까지 챙겨 간 특사단에게 김 위원장은 그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던 비핵화 시한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내’(2021년 1월까지)로 시점을 못박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 의사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입을 통해 6일 공개됐다. 청와대로선 김 위원장이 밝힌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대내외에 공표하는 것이 ‘남북관계 발전-북·미관계 발전-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의 선순환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 역시 원하는 바였다.

정 실장이 전한 김 위원장 발언은 비핵화 및 종전선언의 ‘진정성’을 적극 알리는데 방점이 찍혔다. 먼저 김 위원장은 “참모는 물론이고 그 누구에게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한 신뢰를 보내며 미국이 전향적 자세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핵·미사일 실험장 폐쇄 등 그간 있었던 선제조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각박한 평가에 아쉬움도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실천했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 실장은 “북한은 북한의 이런 선제적 조치들에 대한 상응조치가 이뤄지면 비핵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들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 요구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치적 선언인 만큼) 한·미동맹이 약화한다거나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은 종전선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문제는 이러한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다시 불러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정부 소식통은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11월 대선에서 북핵 문제 진전을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끌리는 유혹일 수 있다”면서 “북·미가 서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성과 설명을 하고 있다.
특사단 배웅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조선노동당 본관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TV가 6일 보도했다. 사진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대북 특사단을 배웅하는 김 위원장의 모습. 오른쪽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연합뉴스
◆북한 비핵화 완성, 2년 내에 가능할까

북한의 영변 핵단지에만 390개 이상의 건물이 존재하고,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은 많게는 50개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북한의 핵능력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1년 1월까지 2년 4개월간 모든 핵시설과 핵탄두, 핵물질 등을 폐기하고 은닉 중인 시설이 없는지 완벽하게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많은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원상복구가 어려울 정도의 선에서 ‘정치적인 비핵화’를 선언하는데는 2년 4개월 내에도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검증하느냐가 관건인데, 핵무기와 핵물질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다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전했다.

북·미가 비핵화의 기술적 조치보다 전체 비핵화 로드맵과 검증 수위 등에 합의하고, 그에 따라 비핵화 조치와 보상조치(종전선언, 평화협정, 북·미수교, 대북제재 완화 및 해제 등) 수순을 순조롭게 밟을 수 있느냐가 트럼프 임기 내 한반도 비핵화 가능 여부를 결정지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성준·홍주형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