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몇차례 지하철에서 다수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적 있다고 말한 이모씨는 기자가 ‘몰카가 범죄인 걸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누군가의 사생활을 엿보는 몰래카메라 범죄는 매년 증가추세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6년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로 인해 구속된 피의자는 10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여성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불법 촬영물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사고 팔고, 또 소장하면서 쾌락을 탐하는 몰카범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른바 ‘몰카’ 범죄는 지난 한 해 6465건 발생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으로 따지면 하루 17.7건 꼴로 발생한 셈이다. 몰카 범죄는 최근 학내 화장실 설치사건, 구청 공무원의 불법 성매매에 ‘몰카’사건 등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2016년 5185건에 비해 무려 24%나 증가한 수치다. 2012년 2400건이었던 몰카 범죄는 2015년 7623건으로 증가했다. 2016년에는 5185건으로 잠시 주춤하다 다시 증가했다.
문제는 검거한 피의자가 기소돼 재판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3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4조에서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16년 통계를 살펴보면, 검거인원 4499명 중 같은 해 1심 재판을 받은 경우는 1720명에 불과했다.
결과도 실망스럽다. 대법원이 제출한 ‘성폭력처벌특례법 제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와 관련한 1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1심에 회부된 809명 중 10.5%인 85명이 징역형 등을 의미하는 자유형을 선고받았으며, 41.4%인 335명이 집행유예와 선고유예로 풀려났다.
2013년 몰카범의 구속률은 2.6%에 불과했고 2016년에도 2.9%에 불과해 3%를 넘지 못했다. 2016년 수사 당국은 총 5185건의 몰카범죄를 수사해 이 중 4499명을 검거했지만, 구속은 단 134명을 하는데 그쳤다. 즉 100명 중 97명은 불구속재판을 받고, 이 중 10명 만이 자유형을 선고받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몰카범들은 호기심에 첫 발을 들이게 되고, 범죄라는 인식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
이씨는 사실 “처음부터 몰카범죄를 저지르려고 했겠느냐”며 “처음에는 관심있는 이성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기 위해 하다 지하철에서도 용기를 내 해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성관계도 아니고 일반적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찍는다고 생각하며 촬영을 한다”고 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