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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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공화국 젖줄' 레나강, 철마를 멈춰서게 하다 [극동시베리아 콜리마대로를 가다]

〈2〉 콜리마대로 탐사 첫 관문 레나강 건너기 / 탐사의 출발지 레나강 서쪽 야쿠츠크 / 17∼18세기 러 제국의 극동 식민 거점 / 레나강, 4300㎞ 흘러 북극해로 이어져 / 천연자원·수운체계 지역경제 큰 역할 / 연중 상류 160일·하류 120일 선박 운항 / 두꺼운 얼음 얼면 자동차 운송도 가능 / 강 가로지르는 교량 2020년 완공 예정 / 개통댄 동쪽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
니즈니베스탸흐 철도역은 현재 화물열차만 다니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여객운송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이, 중국 국경이나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철도와 도로를 통해 들어오는 생산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콜리마대로 탐사대 여정의 출발지인 레나강 서쪽 야쿠츠크(Yakutsk)는 약 30만명이 거주하는 사하공화국 수도다. 일년 중 상당 기간이 겨울인 야쿠츠크는 짧은 여름을 제외하고 1년 중 210일 정도는 얼어 있다. 이곳의 1월 평균기온은 섭씨 영하 43도이고, 7월 평균기온은 19도다. 위도가 높아 겨울에는 하루에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고, 여름에는 백야현상으로 달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

1632년 레나강을 바라보는 이곳에 러시아인들이 요새를 건설했다.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끝없이 달려온 러시아인은 드넓은 레나강을 만났을 때 아마도 이곳이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야쿠츠크는 17세기부터 18세기 전반까지 러시아 제국의 극동 식민을 위한 거점이었다. 또 모피 제품의 거래 장소였고, 정치 및 종교적 망명지가 됐다. 이후 이 도시는 소비에트 혁명과 함께 1922년 사하공화국의 수도가 됐다.

바이칼 호수에서 시작해 사하공화국을 관통하며 약 4300㎞를 흘러 북극해로 나가는 레나강은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다. 레나강은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레나강 석주(Lena Pillars)’ 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야생동물과 식물이 자라고 있다. 강을 따라 채굴하는 석탄, 금, 다이아몬드 등 천연자원과 수운체계가 사하공화국 경제에 큰 역할을 한다. 강이 얼지 않는 동안에 선박을 이용해 재화를 공급할 수 있다.

1960년대 야쿠츠크 인근에서 천연가스와 석유가 발견돼 사하공화국 자원개발을 진두 지휘하는 여러 회사와 기관이 야쿠츠크에 있다. 피혁·목재가공·식품·선박수리 공장도 있다. 주변에선 한대 작물을 대규모로 경작하고 있고, 최근엔 게임 개발 등 정보기술(IT)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1956년 야쿠츠크에 설립된 종합대는 현재 러시아연방에서 관리하는 러시아 최고 수준의 ‘북동연방대학교’로 발전해 사하공화국 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콜리마대로 탐사대 역시 북동연방대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 야쿠츠크는 사하공화국과 한국의 교류에 있어서 중요한 곳이다. 양측의 민간교류는 1990년대부터 꾸준히 지속됐다. 과거엔 봉사단이 사하를 방문해 태권도를 비롯한 문화 및 교육 봉사활동을 했고, 한국·사하친선협회가 만들어졌다. 사하 한국학교가 설립됐고, 북동연방대에 한국학과가 개설되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교육 및 대학교 차원의 공동연구, 학생교류도 활발해졌다.
사하공화국 최대의 도시인 야쿠츠크는 최근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있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야쿠츠크에는 한국기업들의 진출도 점차 늘고 있는데, LG상사가 2011년에 지은 LG사하센터 건물은 야쿠츠크를 대표하는 건물이다. 야쿠츠크에는 의료서비스를 위한 한국 기업 현지법인과 한국 식품, 화장품 매장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가르치는 커피 마스터클래스가 열리기도 했다.

야쿠츠크에는 국내 및 국제선 항공을 담당하는 야쿠티야 항공사 본사가 있다. 이 항공사는 야쿠츠크∼인천 정기 노선과 청주공항을 연결하는 비정기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고 많은 민간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밖에 자동차 도로가 야쿠츠크를 통해 사하공화국 전체로 연결돼 있으며, 도로환경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 등 동쪽으로 연결되는 도로망은 야쿠츠크의 레나강 건너편 니즈니베스탸흐까지 꾸준히 확장되고 있고, 철도교통 역시 마찬가지다.

레나강에는 아직 야쿠츠크와 니즈니베스탸흐 양편을 연결하는 교량이 없다. 상류에서는 10월 말이나 11월 초부터 이듬해 5월 초순까지, 그리고 하류에서는 10월 말부터 6월 초순까지 강이 얼어 선박을 활용하지 못한다. 결국 1년 동안 레나강 상류에서는 약 160일, 그리고 하류에서는 약 120일 동안만 선박이 다닐 수 있다. 레나강이 두꺼운 얼음으로 변하는 기간에는 그 얼음 위를 자동차들이 질주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하여 레나강을 건너는 운송이 가능하다.
강폭이 넓은 레나강에는 아직 야쿠츠크와 니즈니베스탸흐 양편을 연결하는 교량이 없다. 레나강에 여름이 되면 차량과 여객을 한꺼번에 운송하는 많은 선박이 운항한다.
콜리마대로는 대부분 흙과 자갈로 다져진 도로로 비가 오면 차가 다니길 힘들 정도로 노면 상태가 안 좋아진다.

지난해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는 보트를 이용해 북극권까지 레나강을 따라 이동하는 탐사를 수행했다. 육로를 이용해 동쪽으로 향하는 이번 콜리마대로 탐사는 야쿠츠크에서 레나강을 배로 건너 니즈니베스탸흐에서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했다. 바지선 선착장에는 강을 건너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 많았고, 차량과 여객을 함께 싣고 꽤 오랜 시간을 지나서야 반대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야쿠츠크에서 레나강 건너편에 있는 니즈니베스탸흐는 철도와 도로망 확대로 활기가 넘친다. 2013년에 남쪽으로부터 니즈니베스탸흐까지 철도가 연결됐다. 레나강 위에 교량이 건설되면 야쿠츠크는 철도 또는 도로를 통해 동쪽의 마가단이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된다. 니즈니베스탸흐 철도역은 야쿠티야 간선철도의 최북단에 있으며, 남쪽으로 알단과 네륜그리 등을 거쳐 틴다에서 바이칼∼아무르 간선철도와 연결된다. 현재 이 역에는 화물열차만 다니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여객운송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작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이, 이제 중국 국경이나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철도와 도로를 통해 들어오는 생산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니즈니베스탸흐에는 대규모 매장이 늘고 있으며, 야쿠츠크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러한 제품들이 판매된다. 물품을 사려 강을 건너오는 야쿠츠크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레나강에 교량이 건설돼 야쿠츠크와 니즈니베스탸흐가 철도와 도로를 통해서 연중 다닐 수 있게 되면, 교류는 더 활발해질 것이다. 레나강을 건너는 교량은 2014년 착공해 2020년에 완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러시아연방은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케르치해협 대교(Kerch Strait Bridge)’ 건설에 주력하였다. 레나강을 가로지르는 교량 건설 이후 야쿠티야 철도는 야쿠츠크를 거쳐 마가단(Magadan)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 등에서 들여온 한국 생산품도 보다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야쿠츠크에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탐사대는 야쿠츠크에서 레나강을 건너 니즈니베스탸흐에 도착한 뒤 물과 식량 등을 구매해 본격적인 탐사에 나섰다.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