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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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에 난민 구조선 없는 기간 최장”

북아프리카에서 남유럽으로 향하는 지중해에서 난민사태가 발생한 2015년 이후 최장 기간 난민 구조선이 부재인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난민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이탈리아와 몰타가 난민 구조선이 인신매매와 연계돼 있다는 등의 이유로 입항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지중해를 건너려는 난민이 줄지 않는 가운데 최후의 ‘생명줄’마저 사라지면서 인도주의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중해 중부 해역에서 난민 구조선이 부재한 기간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18일에 달했다. 이는 2015년 후반 난민 구조작업이 시작된 이후 최장 기간 구조선이 자취를 감췄던 종전 기록(지난 6월28~7월8일)을 뛰어넘은 것이다.

사진=AP통신
난민 구조선이 사라진 이유는 이탈리아와 몰타가 지중해를 둘러싼 항구에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선박 입항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소속 선박은 10척이 있는데 이 중 3척은 몰타의 발레타 항구에 발이 묶여 있다. 또 독일 시민단체 유겐트 렌데트의 구조선도 인신매매 혐의가 기각됐지만 1년째 시칠리아 트라파니에 머물러 있다. 또 오픈암스가 운영하는 선박들과 지난 6월 난민 600여명을 구조한 뒤 표류해 논란이 됐던 아쿠아리스호도 이탈리아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로 돌아올 시한을 잡지 못한 상태다.

지중해에 난민 구조선이 사라졌다는 건 북아프리카를 탈출하는 이주민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 대규모 익사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6월28일부터 11일간 구조선이 없었던 당시 300여명이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또 지난해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10만308명) 대비 희생자가 2383명으로 100명 중 2명이 숨졌지만 올해에는 무사히 도착한 난민이 2만319명인데 반해 113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100명 중 5명)되는 등 최근 익사사고 비율이 3배가량 증가했다. 국제 구호단체 SOS 메디테라네의 프레데릭 페나드 의장은 “지금 들려오고 있는 소식은 정말 끔찍한 일”이라며 “구조선이 사라진다는 건 더 많은 죽음이 발생한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