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은 문재인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만남이 성사될지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문 대통령은 경남고 25회, 양 전 대법원장은 경남고 20회 졸업생이다. 이들은 경남고가 배출한 숱한 인재들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경남고는 김영삼 전 대통령(3회), 박희태 전 국회의장(11회), 정홍원 전 국무총리(18회), 김형오 전 국회의장(20회) 등 행정·입법·사법부의 거물이 여럿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퇴임을 앞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문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은 현 정부 들어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진 나쁘지 않은 사이였다고 한다. 문 대통령 본인이 대선 선거운동 기간 경남고 동문들의 지지를 얻고자 열심히 뛰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5월10일 문 대통령의 취임식을 기념해 국회에 모인 헌법기관장들이 덕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당시 현직이던 양 전 대법원장을 향해 “개인적으로는 고교 선배님이 되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이 창립 70주년을 맞은 사법부를 향해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고 일갈하면서 문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서로의 길을 걷게 됐다는 시각이 많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의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도 나란히 불참했다. 세 사람은 양 전 대법원장 밑에서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생존해 있는 전직 대법원장 6명 중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김용철·김덕주 전 대법원장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고령이어서 건강문제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변호사 시절인 2009년 5월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에서 상주 자격으로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의 문상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