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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스 폴라드 리슬링 와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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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요 와인 산지 슐로스 폴라즈 제공 |
독일 라인가우(Rheingau)는 모젤(Mosel)과 함께 유명한 리슬링 와인 생산지역입니다. 특히 라인가우는 독일 와인산지 전체 재배 면적의 3%에 불과하지만 재배면적의 80%가 리슬링일 정도로 고급 리슬링들이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이런 라인가우에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독일 대표하는 와이너리 슐로스 폴라즈(Schloss Vollrads)입니다. 기네스북에는 1385년에 세워진 이탈리아 안티노리가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등재돼 있지만 슐로스 폴라즈는 이보다 100여년 앞선 1211년에 설립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와이너리는 19세기까지 오랜 중축을 거쳐 완성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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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포도당도에 따른 등급 분류 |
독일 와인의 등급은 다소 복잡한 체계인데 기본급 리슬링은 크발리태츠바인(Qualitatswein)에 속합니다. 프리미엄 리슬링은 프레디카즈바인(Padikatswein) 등급에 속하며 포도를 수확했을때의 당도에 따라 6단계로 구분합니다. 카비넷-슈페트레제-아우스레제-베렌아우스레제-아이스바인-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 순으로 당도가 높아지죠. 과거 독일 소비자들은 당도가 높은 리슬링을 선호했지만 지금은 드라이 와인의 인기가 높답니다. 독일 정부는 1999년 라인가우 지역의 최고급 포도밭에서 재배된 리슬링만 사용해 만든 최상급 드라이 화이트에 에어스테스 게벡스(Erstes Gewachs) 등급을 새로 부여해 품질을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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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스 폴라즈 와이너리 전경 슐로스 폴라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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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스 폴라즈 카비넷 |
이런 포도 당도에 따른 등급중 가장 드라이한 ‘카비넷(Kabinett)’의 용어를 가장 먼저 정립한 와이너리가 슐로스 폴라즈입니다. 중세시대부터 주로 귀족과 왕가에만 공급될 정도로 매우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던 와이너리죠. 1728년 작성된 문서에는 1716년 슐로스 폴라즈가 특별히 선별한 포도로 만든 최상급 와인은 카비넷으로 불리는 셀러에 따로 보관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수녀원에 몰래 숨겨 놓았다가 마셨다는 얘기도 전해집니다. 이를 토대로 1971년 독일 와인법이 제정될 때 카비넷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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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가우 플릇 디자인의 슐로스 폴라드 병 디자인 |
슐로스 폴라즈는 와인 병을 ‘라인가우 플룻’으로 불리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들어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했답니다. 병목부터 레이블 위까지 세련되면서도 날렵하게 뻗은 스트라이프 패턴을 음각해 병만 봐도 슐로스 폴라즈 와인임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또 일반 녹색병보다 고가인 에메랄드 색을 채택해 미적 감각을 높였는데 이는 빛에 의한 산화를 막는 역할도 합니다. 특히 유리 마개를 사용해 코르코가 부식되면서 와인이 상할 수 있는 위험도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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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스 폴라즈 에디션 |
슐로스 폴라즈는 모든 와인을 오로지 리슬링 단일 품종으로만 만드는데 매년 최고의 와인을 선정해 ‘에디션(Edition)’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와인 메이커, 소믈리에 등 전문가와 직원들이 모여 블라인드로 테이스팅을 한뒤 무기명으로 투표해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탱크의 리슬링만 병에 담은 와인으로 슐로스 폴라즈의 무한한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테이스팅때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음식과의 궁합입니다. 따라서 이 와인은 슐로스 폴라즈 와인중 가장 음식친화적인 와인이랍니다. 녹색 사과, 복숭아, 살구 등의 상큼한 과일향과 미네랄, 약간의 잔당이 잘 어우러지면서 입맛을 북돋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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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스 폴라즈 와인메이커 Dr. Rowald Hepp |
모젤과 라인가우는 스타일 좀 다른데 모젤 리슬링은 다소 가벼운 편이고 라인가우 리슬링은 묵직한 남성적인 바디감을 지녔습니다. 하지만 라인가우에서 생산되는 슐로스 폴라즈는 여성적인 섬세함이 더 느껴지는 스타일입니다. 슐로즈 폴라즈는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합니다. 한국을 찾은 슐로스 폴라즈 와인메이커이자 최고경영자 닥터 로발트 햅(Dr. Rowald Hepp·57)씨는 밸런스와 복합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네요. “메인 타깃이 여성은 아니네요. 어떤때는 남성적이고 어떤때는 여성적인 리슬링을 빚죠. 최대한 라운드하고 누구한테나 어필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려고 노력을 한답니다. 포도는 세심하게 손수확을 하고 단순하지 않으며 우아한 와인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다소 여성적으로 느껴지는 같네요”.
그가 이처럼 섬세한 리슬링을 만들기 위해 양조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중 하나가 알코올 조절입니다. 포트 와인은 주정강화로 알코올을 높이지만 리슬링은 애초 포도가 지닌 당도가 상당히 높아 발효 과정에서 그냥 나두면 알콜이 계속 올라 가게 됩니다. “발효과정에 스틸탱크을 차갑게 온도를 낮춰 발효를 하죠. 그러면 당도를 유지하면서도 알코올은 천천히 올라가게 되죠. 원하는 알코올 도수에 도달했을때 발효를 중단해 알코올이 너무 높게 나오지 않도록 한답니다.” 슐로즈 폴라즈도 일부 와인들은 내추럴 와인으로 빚고 있다는 군요. 아직은 시범적인데 일반 양조로 만든 와인과 내추럴 방식으로 만든 와인을 섞어서 만든다고 합니다.
슐로즈 폴라즈는 젝트 브뤼는 리슬링 100%로 빚는데 저온 발효로 만든 스파클링입니다. 발효할때 8~10도로 온도를 낮춰서 발효하면 버블이 좀 더 섬세하게 만들어 집니다. 리슬링의 풍미를 잘 이끌어 내려면 버블을 섬세하면서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일 사람들은 1년에 1인당 스파클링을 4L 정도 소비할 정도로 즐겨 마신다고 하네요. 가벼운 스페인 까바에서 샴페인까지 다양하게 마신답니다. “저의 어머니가 80대인데 아침 6시 일어나 하프 보틀 사이즈 스파클링 반잔을 먹고 놔뒀다가 오후에 친구 오면 나머지를 마실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나이에 상관없이 스파클링 즐겨요. 도츠, 볼렝저, 떼땅저 유명 샴페인 하우스가 모두 독일 패밀리인 것도 이런 배경이라고 봅니다”.
독일 젝트는 주로 탱크에서 모든 발효와 숙성을 마치는 탱크방식, 즉 샤르마 방식으로 만드는데 슐로스 폴라즈는 샴페인을 만드는 전통방식으로도 젝트를 생산합니다. 대형 와이너리들은 탱크 방식을 선호하지만 라인가우 작은 와이너리들은 샴페인 방식을 선호한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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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스 폴라즈 좀머(Sommer) |
슐로스 폴라즈 좀머(Sommer)는 이탈리아의 피노그리지오 처럼 밝고 가벼운 스타일의 리슬링입니다. 피노그리지오는 독일에 많이 수입되는데 슐로스 폴라즈에서 이를 겨냥해 처음 선보이면서 ‘좀머 스타일’이 정착됐다고 합니다. 오렌지, 레몬과 등 감귤류와 자몽향이 특징이며 신선한 산도와 약간의 잔당이 조화롭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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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스 폴라즈 볼라츠(Volratz) |
슐로스 폴라즈 볼라츠(Volratz)는 중세 스타일을 구현한 리슬링입니다. 옛날에는 기구도 없고 방법도 몰라 찌거끼를 거르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답니다. 그때처럼 정제와 여과 과정을 거치지 않고 병에 담아 다소 투박하면서 거친 느낌의 전통적인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효모찌꺼기와 함께 숙성하는 쉬르리(Surlies) 과정을 거치는데 좀머는 5개월, 볼라츠는 12∼19개월동안 효모숙성해 좀머보다 무게감이고 효모 풍미도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복숭아와 살구향이 리슬링 특유의 미네랄 캐릭터와 잘 어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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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스 폴라즈 1211 |
슐로스 폴라즈 1211는 와이너리 설립연도를 이름으로 붙인 시 시그니처 리슬링입니다. 1년에 단 2000병만 만드는데 포도나무에 매달려 있는 포도송이에서 가장 뛰어난 포도알만 하나하나 골라 만들기 때문입니다. 즉, 베렌아우스레제 당도의 포도로 만들며 25%는 내추럴 방식으로 발효한 포도즙과 섞어서 만듭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