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22일 동불보호단체 회원들이 서울고법 앞에서 개전기도살 2심 판결을 앞두고 1심 무죄 판결을 항의하면서 죄를 물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1심에 이어 2심도 무죄로 봤지만 대법원은 "개는 인간과 오랜 교류를 해 다른 동물과 달리 봐야 한다"며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사진=동물보호단체 카라 제공 |
개를 도살할 때 돼지나 닭과 같은 취급을 해야 하는지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개를 감전시켜 죽이는 '전기 도살'에 대해 1,2심은 동물보호법이 금지한 '잔인한 도살방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개의 경우 '인간과의 오랜 교감' 등 시대·사회적 인식을 감안해야 한다"고 달리 판단했다.
14일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66)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죄 성립여부를 다시 따져보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알렸다.
재판부는 "도살방법이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도살방법으로 동물이 겪을 수 있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동물에 대한 시대·사회적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은 이를 살피지 않고 섣불리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에 흐르는 전류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 데 소요되는 시간 등을 심리해 사회통념상 개에 대한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잔인한 방법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이씨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자신의 개사육농장 도축시설에서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 주둥이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도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이씨는 "돼지나 닭 등 다른 동물을 도축하는 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라며 "동물을 즉시 실신시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기에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해 동물자유연대 등은 "동물권의 승리와도 같으며 개식용 산업의 맥을 끊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