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필리핀 현지 경찰을 인용해 태풍 망쿳의 영향으로 16일 현재 최소 6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또 45명이 실종되고 33명이 부상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ABS-CBN방송은 마닐라 인근 벵게트주(州) 이토겐에서 망쿳의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광부 32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매몰된 상태라며 “태풍에 따른 사망자가 100명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당국에 따르면 망쿳의 영향으로 섬과 저지대 주민 10만5000여명이 대피했고, 440만명이 거주하는 8개 주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루손섬 주민인 사킹(64) 씨는 AFP통신에 “세상의 종말을 느꼈다. 좀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태풍의 위력을 설명했다.
슈퍼 태풍 망쿳이 휩쓸고 간 필리핀 루손섬 카가얀주 투게가라오시의 한 마을에서 16일 가옥들이 폐허처럼 변해버렸다 투게가라오=AFP 연합뉴스 |
◆‘망쿳’…필리핀 이어 중국 동남부 강타
필리핀을 휩쓴 망쿳은 홍콩, 마카오, 중국 동남부로 이동하며 엄청난 피해를 냈다. AFP통신은 홍콩에서만 부상자가 213명 발생했다고 전하며 홍콩 정부가 최고 경계등급인 ‘시그널10’ 경보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마카오는 전날 밤 11시부터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카지노 영업을 중단했고, 홍콩 마사회는 5년 만에 경마대회를 취소했다. 홍콩에선 캐세이퍼시픽 등 홍콩 로컬 항공사 3곳을 포함해 항공기 900여편의 운항이 취소 또는 지연됐고, 이로 인해 10만명 넘는 여행객이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기상국은 최고단계인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광둥(廣東)성에서만 주민 245만명이 대피했으며, 선박 5만여척이 피항했고, 선전(深?), 주하이(珠海), 산야(三亞), 하이커우(海口) 등 중국 남부 주요 도시에서 거의 모든 항공편과 고속철 운항이 중단됐다. 홍콩 서쪽 135㎞ 지점에 있는 광둥성 타이산(台山) 원자력발전소와 230㎞ 지점에 있는 양장(陽江) 원자력발전소는 태풍의 진행 경로에 있어 초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망쿳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중국과 홍콩에서만 1200억 달러(약 1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15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상륙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홀리 리지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급속도로 물이 불어나 차량에 갇혔던 운전자를 구조해 함께 대피하고 있다. 홀리 리지=EPA연합뉴스 |
◆지구 반대편도 ‘플로렌스’로 물바다
지구 반대편인 미국에서도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하면서 미국 남동부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주에 물 폭탄을 퍼부었다. CNN방송은 15일(현지시간) 두 주에서는 플로렌스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13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플로렌스는 이날 오후 2시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비치에서 서쪽 85㎞ 부근에 위치하며 시속 75㎞로 서진(西進)했다. 플로렌스가 ‘느림보 이동’을 하는 탓에 제한적 지역에 큰비가 내려 노스캐롤라이나 스완스보로 등에서는 760㎜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는 1999년 허리케인 ‘플로이드’ 때 기록한 610㎜ 강우량 기록을 뛰어넘는 것이다.
곳곳이 침수되면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20만명,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7000명 이상이 임시대피소로 피신했고, 두 개 주 94만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피해 지원을 위해 일부 가능한 카운티에서의 연방 재원 지출을 승인했다”면서 다음 주 트럼프 대통령이 피해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