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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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세대 창업 증가 탓? 자영업자 대출 눈덩이

2분기말 현재 600조원 육박 / 6개월동안 41조 이상 늘어 / 60세 이상 운영하는 사업체 / 1년 사이 5만2000개 증가 /“부채구조 취약… 충격시 위험”
자영업자 대출이 최근 3년 넘게 두 자릿수로 증가하며 600조원 문턱까지 불어났다. 부동산업은 물론 업황이 좋지 않은 숙박·음식업 업종의 빚도 크게 늘어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0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금융안정상황(2018년 9월)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은 590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49조2000억원보다 41조5000억원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는 최근 가팔라지고 있다. 2014년엔 전년 대비 7.6%였으나 2015년 13.5%, 2017년 14.4%, 지난해 2분기 15.6%로 커졌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2015년과 2016년 11%, 11.6%에서 지난해와 올해 2분기 7%대로 둔화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원인 중 하나는 부동산 임대업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 수요가 커졌고, 세제 혜택으로 임대사업자 등록도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일부 수요가 사업자대출로 이동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 대출은 2015년부터 연평균 18.3%씩 증가했다. 2분기 전체 자영업 대출 중 부동산이 40.9%를 차지한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의 창업이 늘어난 것도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통계청이 이날 공개한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사업체는 402만개로 전년보다 7만개(1.8%) 늘어났다. 특히 대표자의 연령이 60세 이상인 사업체가 87만5000개로 1년 사이에 5만2000개(6.3) 증가했다. 1년간 늘어난 사업체 수의 약 74에 달한다. 산업별 사업체 수는 숙박·음식점업은 전년보다 1만8000개, 도·소매업이 5000개 증가했다. 전체 사업체 종사자는 2159만1000명으로 전년 말보다 33만2000명이 늘었는데 증가한 인원 가운데 5만9000명이 자영업자 또는 무급 가족종사자였다. 통계청은 “베이비부머 은퇴자나 조기 은퇴자들이 상대적으로 진입하기 쉬운 치킨 전문점, 커피 전문점 등의 음식점을 창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연령별 자영업자 대출 비중은 60대 이상 차주 비중이 2014년 11.4%에서 2분기 24.2%로 배 이상 늘었다.

자영업자들의 대출은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출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가계대출로도 위험이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2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중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한 부채는 494조5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83.7%를 차지한다.

부채 구조도 취약하다. 저축은행, 대부업 등 고금리 비은행 대출 규모는 2014년 93조5000억원에서 2분기 183조원으로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대비 부채 규모(LTI)는 189%에 달한다. 도소매(208%), 음식숙박(200%), 부동산(338%) 등 대부분 평균보다 높다.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규모(DSR)도 지난해 말 42%다. 상용근로자(28%), 임시일용직(26%)보다도 높다.

이진경 기자, 세종=박영준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