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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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엄한데, 음주는 왜 관대하나"…체계적 음주정책 목소리 고조

[스토리세계-음주 규제②] 음주 정책 과제
알코올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꾸준히 증가하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중 보건의 영역에서 전략적으로 알코올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애숙 청주대 간호학과 교수도 201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하는 보건복지포럼에 발표한 연구보고서 ‘우리나라 주류 및 음주 정책의 변천과 과제’에서 “이제는 음주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예방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며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한 새 알코올 규제를 위한 법령 체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주세법 위주로 발전…이젠 건강행태 개선 위한 접근 필요”

정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나라 알코올 관련 법률은 주로 세금부과, 판매 등 주류산업과 관련된 주세법 위주로 발전해 왔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국가 재정확보를 위한 세금부과, 면허제, 법령 정비 등이 추진됐고, 1970년대에는 주류 산업화를 위한 지원정책으로 전통 주류에 세재 혜택을 대주는 등 정책적 지원이 시작됐다.

1980~90년대에는 주류산업 육성과 국제협력을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음주와 관련된 사고 예방, 청소년 건강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들이 다뤄지기 시작했다.

정 교수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연간 고위험 음주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음에도 건강행태 개선을 위한 접근으로서의 포괄적인 알코올 관련 법령은 물론 음주 관련 특정 법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알코올을 약물로 규정…일본은 주취자 법률 따로 마련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음주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위한 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알코올 중독의 문제를 미국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관련 제반 문제로 인식해 ‘연방법’에 따라 알코올을 약물로 규정하고 ‘약물 없는 사회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의 약물 남용을 예방·치료하도록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61년부터 과도한 음주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술에 취해 공중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의 방지 등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고, 영국의 ‘폭력적인 범죄감소를 위한 법령’은 음주 관련 별도의 법령을 가진 사례로 소개됐다.

◆“흡연은 꾸준히 규제...음주도 이젠 체계적·포괄적 정책 필요”

정 교수는 보고서에서 그동안 많은 정책적 진보가 이뤄졌던 흡연 규제와 40~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음주 규제를 비교하며 음주 정책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흡연문제에 대해선 가격 인상, 실내흡연 규제, 간접흡연 규제, 공공장소 흡연 규제 등 많은 정책적 진보가 있어왔던 것에 비해 음주 문제는 40~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을 정도로 더딘 발전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반 국민 대상 교육과 홍보를 통한 여론 형성은 물론 정부,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국회와 정부를 통한 법령 마련을 위한 각계의 통합된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사진= 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