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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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생각에 답답" "시댁 다녀오면 두통"… 명절 후유증 호소 [이슈+]

닷새간 연휴 끝내고 일상으로 / 설문조사 결과 52% “증후군 겪어” / 기혼여성 82%·기혼남성 68% 順 / 스트레스 응답 48.5%로 가장 높아 / “손주 돌아가 우울” 호소 노년층 ↑ / 일각선 “명절 없애 달라” 청원도
#1.“다시 출근할 생각에 하루 종일 가슴이 답답하고 기분이 우울합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연휴 마지막날에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놨다. 업무 특성상 야근이 잦고 휴일에도 출근하는 일이 많은 이씨는 모처럼 맞이한 연휴에 고향에도 내려가지 않고 집에서 그냥 쉬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씨는 “충분히 쉬었다고 생각하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2.결혼 3년 차인 김모(33·여)씨는 이번 연휴에 시댁인 부산에 들렀다 귀경하면서 남편과 말다툼을 벌였다고 했다. 자신이 시어머니와 차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남편이 손 하나 까딱 않고 빈둥댄 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작년부터 명절에 시댁에 다녀오면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시부모 앞에서 남편에게 화를 내지도 못하고 참아서 생긴 증상 같다”고 불평했다.

명절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대한 스트레스나 두통, 소화기 장애 등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증상을 ‘명절증후군’ 또는 ‘명절후유증’이라고 한다. 가사 노동이나 장거리 운전으로 생긴 어깨, 손목 등의 통증, 학업이나 취업 등에 대한 압박감도 여기에 포함된다. 명절증후군·후유증 때문에 명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성인남녀 22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절증후군을 겪었다는 응답자는 52.0%였다. 특히 기혼여성의 경우 81.6%가 그렇다고 답했다. 명절증후군을 경험했다는 기혼남성은 67.6%, 미혼여성은 55.0%, 미혼남성은 40.5%로 조사됐다.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여성이 남성보다 명절증후군을 겪는 비율이 높은 것이다.

 

 

명절증후군이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지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스트레스’라는 응답이 48.5%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의욕상실’이 33.7%, ‘피로’가 25.3%, ‘소화불량’이 24.5%, ‘두통’이 10.4%, ‘급격한 감정기복’이 10.3%, ‘무너진 생체리듬’이 8.2%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증상들이 심해질 경우 우울증이나 소화기관 장애, 수면 장애 등으로까지 이어질 우려가 있다.

 

대개 명절증후군이나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은 30∼40대를 중심으로 한 자녀 세대지만, 요즘은 명절 이후 공허함과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노년층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모(72·여)씨는 “명절마다 애들이랑 손주들이 오면 반갑고 좋지만, 돌아가고 나면 집이 더 텅 빈 것처럼 느껴져서 섭섭하기도 하고 우울해진다”고 말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명절을 아예 폐지하자는 극단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을 보면 이번 연휴 기간에만 ‘명절 폐지’를 키워드로 한 글이 20건 넘게 올라와 있다. ‘온 국민이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하는 설날·추석 명절을 없애주세요’란 제목의 청원글 작성자는 “국민이 명절 연휴를 보내면서 고통받는 상황을 국가가 방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명절증후군·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리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두는 게 좋다고 입을 모았다.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연휴 이후 첫 출근날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과음이나 과식을 피해야 하고, 가능하면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을 끝내는 것도 명절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