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바리케이드 너머로 여의도 국회 본청이 보인다. 이재문기자 |
◆靑·기재부 “심재철 고발” vs 심 “탄압 말라”
청와대·기획재정부는 27일 심 의원을 예산정보 불법 유출 및 공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7일 심 의원 보좌진 3명이 한국재정정보원 재정분석시스템(OLAP)의 행정정보를 무단 유출했다며 이들을 고발한 데 이어 열흘 만에 심 의원까지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다. 기재부는 “심 의원이 무단 취득 자료를 정부에 반환하지 않고 사실 확인도 안 한 채 제삼자에게 공개했다”라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전자정부법 위반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의원(가운데)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7일 문희상 국회의장에 항의 방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심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긴급 의원총회 공개발언 등을 통해 ‘청와대의 부적절한 업무비 사용 실태’를 폭로하고 청와대·기재부의 이같은 대응을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의 OLAP 자료를 근거로 청와대가 업무추진비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 심야·주말 등 비정상적인 시간대에 약 2억4594만원을 썼다고 주장했다. 또 이자카야, 와인바, 호프 등 주점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3132만원을, 사용업종을 누락한 채 4억1469만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의원 30여명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검찰의 심 의원 의원실 압수수색을 허용한 데 대해 항의하며 의장실을 방문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항의방문 자리에서 문 의장은 “과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도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한국당 의원들은 “어떻게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받았던 이석기의 압수수색과 비교할 수 있느냐”며 “(심 의원실 압수수색은) 야당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탄압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왼쪽 두번째),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현 정부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청와대는 이날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심 의원의 주장을 낱낱이 파헤쳤다. 청와대 총무비서관실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 전수조사 결과 유흥업소에서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된 사례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사용업종이 빠진 데 대해서는 카드 교체 과정에서 시스템 등록 오류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재부 측도 이번 고발에 은폐 의도가 담겼다는 일각의 비판을 일축하며 검증을 위해 자료가 유출된 37개 기관 전체 부서의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을 밝혔다.
◆유은혜 임명 강행 땐 정국 급랭 가능성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시한인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이찬열) 전체회의는 보수 야당 위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한국당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오전 논평을 통해 “유 후보자의 수많은 법 위반 사실과 비도덕적 행태는 지난 청문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유 후보자가) 자진사퇴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한 것이다. 유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딸 위장 전입, 아들 병역문제, 피감기관 건물 입주, 재산신고 축소, 상습 교통 위반 등이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모든 책임은 한국당에 있다”며 문 대통령의 유 후보자 ‘임명 강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유 후보자에 대한 일부 야당의 반대는 악의적이기까지 하다”라며 “(야당이)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겠다는 태도를 지속한다면 법률에 따라 청와대가 유 후보자를 임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시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를 곧바로 임명하거나 국회에 열흘 내의 기간을 주며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송부 요청에도 또다시 보고서 채택이 불발된다면 문 대통령이 유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경우 야당의 반발로 국정감사를 앞두고 교육위가 파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미래 입장 선회에도 ‘한국당 패싱’ 부담
여야가 본격적인 논의를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미뤘던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 변곡점을 맞았다. ‘선(先) 결의안, 후(後) 비준동의’를 외쳤던 바른미래당이 ‘조건부 처리’로 입장을 선회하면서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오른쪽)가 지난 26일 국회에서 추석 민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삼화 수석대변인. 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판문점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남북합의서 등을 포괄적으로 동의 비준하는 방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의논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의 솔직한 비용추계서가 필요하다”며 고 강조했지만 사실상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민주당은 홍 원내대표는 이날 “바른미래당이 비준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지지가 없어도 비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129석에 기존에 찬성 입장을 밝힌 민주평화당(14석)·정의당(5석)·민중당(1석), 여기에 바른미래당의 30석을 더하면 179석이다. 비준동의안 통과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 출석 및 과반 찬성’을 여유 있게 충족한다.
통과를 장담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할 때 민주당이 한국당을 배제한 채 비준안 처리를 진행하기에는 정치적 부담감이 클 것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한국당 설득에 나서야 하는데, 한국당은 이날도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히며 협상 과정에서의 난항을 예고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적 효력을 갖는 문서를 우리가 가볍게 동의할 수 있겠느냐”라며 “(우선) 북핵 문제가 어느 정도는 진전이 보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