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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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자산운용 경험' 불필요?…국민연금 CIO 공고 논란

기금운용본부장 자격 요건 완화한 국민연금공단…국민 노후자금 문외한에 맡겨도 되나 / 지난 2월 ‘자산운용 경험’ 삭제/후보 5명 중 일부 경험 불분명/일각 ‘특정인사 밀어주기’ 의혹/공단 “과거와 똑같이 심의” 해명
국민노후자금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사령탑에 자산운용 경험이 없는 이가 앉아도 괜찮을까. 요즘 금융권에 회자하는 이슈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CIO) ‘자격요건’ 문구에서 ‘자산운용 경험’이 삭제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1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5년 11월 공고된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 초빙 공고문까지는 ‘자산운용 경험’이 명시되어 있었다. 자격요건이 ‘금융기관의 단위부서장 이상의 경력이 있는 분으로서, 자산관리 또는 투자업무 분야에서 3년 이상 자산운용 경험이 있는 분’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난 2월부터 달라졌다. ‘1000조원 기금시대를 열어갈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최고의 CIO(투자책임자)를 모십니다’라는 제목의 기금이사 초빙 공고문엔 자격요건 문구가 ‘∼자산관리 또는 투자업무 분야에서 3년 이상 경험이 있는 분’으로 바뀌었다. ‘자산운용 경험’이 빠진 것이다.

기금 규모가 1000조원을 향해 급증하면서 CIO의 전문성과 능력의 중요성도 증대되는 터에 자격요건은 거꾸로 후퇴한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안 그래도 국민연금의 낮은 기금운용 수익률이 논란이 되는 터다. 국민연금기금은 7월 말 기준 643조원이며 올 들어 7월까지 수익률은 1.86%로 작년 연간수익률 7.26%의 4분의 1토막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에서는 특정인을 앉히기 위해 자격요건을 완화한 것이 아니냐는 뒷말들이 회자한다. 공교롭게 국민연금공단이 최종 선정한 후보 5명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자산운용 경험이 없거나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자산운용 경험이 부족한 인사가 기금운용 사령탑에 오를 경우 발생할 부작용에 대한 우려들도 쏟아진다.

한 금융투자업계의 고위 관계자 A씨는 “자산운용 경험이 부족하면 여러모로 좋지 않다”고 단언했다. “수익률을 내기도, 리스크 관리도 어렵고 리더십과 대외 협상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후보 5명은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 이승철 전 산림조합중앙회 신용부문 상무, 장부연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가나다순)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 이들 중 1명을 선정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 절차를 거쳐 CIO로 임명한다. 국민연금 CIO의 임기는 2년이며 성과에 따라 1년 연임할 수 있다. 본부장 자리는 7대 CIO인 강면욱 전 본부장이 지난해 7월 돌연 사표를 낸 뒤 1년3개월째 공석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측은 “‘자산운용 경험’이란 단어를 뺀 것은 맞지만 그건 앞부분의 ‘자산관리 또는 투자업무 분야’와 중복되는 거라서 뺀 것일 뿐 달라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심의할 때는 자격요건을 과거와 똑같이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후보 5명은 모두 3년 이상의 자산운용 경험 조건에서 미달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 B씨는 “일부 후보의 이력을 볼 때 과거와 똑같은 기준을 적용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