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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행정" vs "안전 위해 필요"… 헬멧·안전띠 의무화 논쟁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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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바뀐 도로교통법 후폭풍 안팎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탁상행정 아닌가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면, 도리어 더 고집스럽게 강조해야죠.”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28일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자전거 헬멧 의무화, 차량 전 좌석 안전띠 착용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시행하자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자전거 헬멧 착용, 차량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등 그동안 시민들 사이에서 논쟁이 거듭된 정책들이 그대로 시행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계속 올라오기 시작했다. 개정안 시행이후 올라온 관련 청와대 청원만 100여건에 달했다. 이들은 안전을 위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전거 이용률 저하, 어린아이들의 안전띠 문제 등 현실적 대안 없이 단속부터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주말에는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모여 헬멧 의무화 반대 집회를 여는 등 관련 논란은 계속 확산 중이다.

◆자전거 사고 머리부상이 38%…“헬멧 의무화 불가피”

자전거 헬멧 의무화 논쟁은 행안부가 지난 3월 ‘자전거 운전자 및 동승자의 헬멧 착용 의무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행안부는 자전거 사고에서 머리 부상자가 많다는 이유로 헬멧 의무화를 내세웠지만, 헬멧을 매번 휴대하기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반발에 이후 6개월간 찬반이 팽팽하게 맞섰다.

행안부가 자전거 헬멧 의무화의 근거로 내놓은 것은 자전거 사고에서 머리 부상이 가장 많다는 통계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부터 4년간 자전거 사고 응급기록을 분석한 결과 자전거 부상 부위 중 머리부상이 3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많은 부상 부위인 무릎·아랫다리(12.7%)보다 두 배 넘게 높은 수치다.

자전거 헬멧을 권장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것도 의무화의 이유가 됐다. 도로교통공사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전거 사고 사망자 1340명의 헬멧 착용 여부를 분석한 결과 941(88.8%)명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통계를 토대로 행안부는 자전거 사용자가 헬멧을 착용할 경우 머리 부상이 8~17%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가 마련한 공유 자전거 헬멧. 출처=서울시
◆잠깐 자전거 타는데 헬멧까지?...“휴대성+머리스타일+더위 등 불편”

개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정부가 공공 자전거, 자전거 거치대 확충 등 친환경적인 자전거 이용률 증가를 위한 정책을 펼쳐왔는데 헬멧 의무화가 이런 분위기를 역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주로 짧은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자전거를 사용하는데 일일이 헬멧을 휴대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헬멧이 머리스타일을 망가뜨리고 여름에 무더위를 가중한다는 점도 불편한 이유로 꼽았다.

자전거 시민단체들은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우리는 헬멧 없이도 도로에서 안전한 권리를 요구한다”며 자전거 헬멧 의무화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부족한 자전거 도로와 미흡한 차량 규제, 안전 교육 등을 문제 삼으며 헬멧이 아닌 자전거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1일 “동네에서 잠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거나 공용 자전거를 빌려 타는 경우 인명보호 장구를 매번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인명보호 장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밝히며 자전거 헬멧 의무착용 조항을 수정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28일 바뀐 도로교통법 개정안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 경찰. 연합뉴스.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도 찬반...“벨트 안맞는 아기는 어떻게”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역시 안전을 위한 필요성은 대부분 공감하지만, 택시 등 영업 차량에서 안전띠가 맞지 않는 어린아이까지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차량의 안전벨트는 성인용이라 어린아이가 타는 차량은 별도의 카시트를 설치해야하는데 택시나 버스엔 설치돼 있지 않아 규정을 지키기 위해선 부모들이 따로 카시트를 휴대하고 다녀야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택시 등 영업용을 포함한 차량과 자가용에서 13세 미만의 동승자가 벨트를 하지 않으면 6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이는 13세 이상의 동승자가 무는 3만원의 과태료 보다 두 배 높은 수치다.

부모들 사이에선 “택시 탈 때 카시트까지 챙겨 타야하나”는 푸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정안 시행 이후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만 60건이 넘게 올라왔다. 국민청원을 올린 10개월 된 아기 엄마는 “카시트 무게만 10kg이 넘고 아기 무게가 10kg이며 아기 짐만 해도 5kg은 된다”며 “성인 여성이 25kg 짐을 안고 나오라는 건 집에서 나오지 말란 얘기”라고 개정안에 반발했다.

만 6세 미만 아이의 카시트 착용은 1997년부터 의무사항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카시트 보급률을 고려해 과태료대신 운전자에게 계도하는 식으로만 안내해왔다. 개정안 시행이후 이 같은 논란이 다시 일자 이번에도 경찰은 카시트 단속까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단속 제대로 될까...경찰 홍보 강화키로

자전거 헬멧과 전 좌석 안전띠 착용에 대해 단속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자전거 헬멧 착용은 개정안에 따라 의무화하긴 하지만 훈시규정으로 위반할 시 처벌로 이어지지 않아 단속은 이뤄지지 않는다. 지자체가 운영중인 공공자전거의 경우에도 헬멧에 대한 대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지난 7월 서울시는 시범적으로 여의도 공공자전거 대여소 일대 무료 자전거 헬멧을 배치했지만 분실 문제와 위생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강제도 없고 대안도 마련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띠 착용도 마찬가지다. 안전띠 미착용 시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경찰이 뒷좌석 안전띠까지 일일이 단속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택시기사들도 뒤에 탄 승객의 안전띠 착용을 얘기할 수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고 푸념했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대해 오는 11월까지 계도기간을 두고 홍보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