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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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과 지방 집값 양극화 갈수록 심화

올 1∼9월 서울 5.42%↑·지방 0.79 ↓/ 지난달 5분위 배율 11배… 사상 최대/ 울산 4.52% ↓·경남 3.65% ↓ 등 급락/ 서울 5억·10억 초과 아파트 비율 급증/
“공급 조절·조세정책 강화 등 대책 필요”
정부가 지난달 ‘9·13 부동산 안정화 대책’과 ‘9·21 공급 대책’을 연이어 발표한 뒤 일단 서울 집값 급등세는 한풀 꺾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의 집값 양극화 문제는 뚜렷한 해결책 없이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쏟아지고 있다.

4일 한국감정원의 ‘2018년 9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5.42%)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누적 상승률은 2.56%인 반면 지방은 0.79% 떨어졌다. 고가 주택이 모여 있는 수도권 지역은 상승을 거듭했지만 울산(-4.52%), 경남(-3.65%), 충북(-1.73%) 등 지방은 산업경기 부진, 공급 과잉에 따른 미분양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가격 5분위 배율도 11.0배를 기록해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12월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월 10.9배보다도 격차를 더 벌어졌다. 5분위 배율은 주택가격을 가격 순으로 5등분해서 분위별 평균을 낸 뒤 5분위(최상위 20%) 가격을 1분위(최하위 20%)로 나눈 값을 의미한다.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9월 지역경제보고서’에서도 양극화 분위기는 여실히 나타난다. 3분기(7~8월중)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분기와 마찬가지로 ‘보합’이었지만 지역별 편차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2분기말 대비 월평균 0.17% 올라 전분기(0.12%)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는 수도권 중에서도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영향이다. 서울 주택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월평균 0.48% 상승했다.

반면 대부분의 지방 집값은 하락세가 이어졌다. 부산·울산·경남 등 동남권 주택매매가격은 2분기말 대비 0.4% 하락했다. 주력산업 업황 부진으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 등으로 주택 수요가 크게 위축된 탓이다. 부산 지역의 경우 0.2% 하락했고 울산과 경남도 각각 0.8%, 0.6% 떨어졌다. 모두 전분기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다만 지방에서 호남권 집값만 나홀로 상승세를 나타냈다. 3분기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권 주택매매가격은 월평균 0.13% 상승했다.

특히 올해 지방과 달리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감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서울시내 아파트 중 5억원 이하 아파트는 52.7%, 5억원 초과 아파트는 47.3%이었지만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5억원 이하 아파트는 47.2%로 5.5%포인트 줄어든 반면 5억원 초과 아파트는 47.3%에서 52.8%로 급증했다. 또 지난해 서울시내 아파트 중 10억원 이하 아파트는 89.1%, 10억원 초과 아파트는 10.9%였지만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10억원 이하 아파트는 86.8%로 2.3%포인트 줄었지만 10억원 초과 아파트는 10.9%에서 13.2%로 늘었다. 이에 반해 올해 8월 기준 아파트 가격은 전국적으로는 5억원 이하 84.4%, 5억원 초과 16.0%, 10억원 미만 97.2%, 10억원 이상 2.8%로 서울 집값과는 격차가 크다.

김상훈 의원은 “서울의 5억원, 10억원 초과 아파트 현황과 전국 아파트 가격만 단순 비교하더라도 서울 주택가격 급등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며 “지방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주택 공급량 조절, 조세정책 등 주택정책을 각각 달리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