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담판 결과는 향후 2차 북·미 정상회담과 이를 준비하기 위한 오스트리아 빈 실무협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날 청와대가 일부 공개한 폼페이오 장관 발언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급적 빠른 시일 내 개최 △추후 북한 비핵화 조치의 미국 참관 및 상응조치 논의가 확인된 점은 주목된다. ‘비핵화 조치의 미국 참관’은 북한이 핵시설 폐기 검증을 적극 수용해 국제사회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선 비핵화·후 보상’을 고집해온 미국이 상응조치를 북한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단계별 비핵화 보상 플랜이 담긴 로드맵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미가 실무협의를 통해 풀어야 할 사항은 만만찮다. 핵 시설·물질 신고 및 검증 등 북한의 비핵화 방법·시기와 대북 제재 완화 방안 등 미국의 상응조치가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서 상당히 적극적인 제안을 미국에 했다고 본다. ICBM 해체, 그런 것도 미국이 상응조치만 하면 얼마든지 짧은 시간 내에 할 수 있다는 식의 얘기를 했을 것”이라며 “미국이 욕심낼 제안을 많이 했는데, 그러려면 미국이 (상응조치)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는 지적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이날 “한반도의 새로운 질서가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것은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일단 ‘청신호’가 켜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특히 북·미가 종전선언은 물론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서 논의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평양에 가기 전 기자들에게 “향후 북한과의 협상이 목표에 다다르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에 서명하게 될 것이고, 여기에 중국도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도쿄→평양→서울→베이징으로 이번 순방 행선지를 짠 것도 방북 결과를 기반으로 ‘종전선언→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한반도·동북아 평화 프로세스를 다지기 위한 사전 행보로 해석할 수 있다.
박성준·김달중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