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평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과 회동장을 향해 함께 걷는 모습으로, 김정은 왼쪽 뒤로 보이는 인물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너무 짧았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평가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3차 때와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한 것은 ‘긍정적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과 진전을 이뤘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CNN 방송에서 “미 정부 관리들로부터 북한과 막후에서 어떤 돌파구나 진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북한과 협상에서 현재 보이는 것 외에 뒤에서 이뤄지는 진전은 없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후 기자회견 내용은 북한과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모호한 언급만 있었을 뿐 북한의 확고한 움직임을 확인한 계기는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오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블룸버그통신도 “폼페이오 장관이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했지만, 실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불분명하고 알려진 것만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북·미가 일정한 합의에 도달하고도 발표를 안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폼페이오 장관이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이 예정된 만큼 방북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한 뒤 발표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4차 방북이 3차 방북에 비해 ‘진전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북·미 간 ‘외교적 밀당’의 승자는 김 위원장이라는 평가가 많다. 고립된 불량정권의 독재자 이미지를 탈피하고,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지도자로 비침으로써 엄청난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