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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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도 지워도 사라지지 않는…” 리벤지포르노 확산에 속수무책

[스토리세계-리벤지포르노 사태②]서버 해외에 대부분, 수사 ‘산넘어 산’
리벤지포르노의 가장 큰 문제는 확산이다. 어떤 이유로든 어떤 목적이로든 온라인에 유포될 경우에는 이에 대한 무분별한 확산은 막을 수 없다. 걸그룹 출신 구하라씨와 전 남자친구 최모씨로 인해 리벤지포르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곤 있지만, 실제 리벤지포르노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위해서는 제대로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버는 미국, 주마다 달라…경찰 수사 ‘산넘어 산’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리벤지 포르노물이 공유되는 음란물 사이트의 경우 해외 서버를 두고 수시로 IP주소를 변경하면서 운영하기 때문에 경찰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범죄자를 검거하는 경우에도 구속 비율은 평균 6%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재범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성적 호기심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범죄자들이 존재하는 이상 불법 촬영물에 대한 수요와 공급은 끊이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웹하드라든지 남초커뮤니티 등에서 피해 촬영물들이 유통돼 왔지만, 또 많은 피해 촬영물이 유통되는 플랫폼 중에 하나가 한국어로 지원하고 있는 불법 포르노 사이트들이다. 현재 시민단체에서 파악 중인 이런 불법 포르노 사이트의 경우 300여개가 넘는데 절반 이상이 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이 경우 수사공조를 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 비동의 포르노에 대해 주마다 각기 불법성을 다르게 보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일부 주에서는 리벤지포르노 등 비동의 포르노 영상에 대해 불법적으로 보고 사이트 폐쇄 등에 대해 공조가 가능하지만, 일부 주에서는 비동의 포르노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

◆지워도 없어지지 않는 ‘문신’, 리벤지포르노

대부분의 리벤지 포르노는 P2P사이트나 성인사이트 등을 통해 유통된다. 한 곳에 올라온 영상은 얼마되지 않아 여러 사이트로 번지고, 심지어 해외 포르노 사이트 등에서도 검색된다. 이 경우 영상을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문제는 이렇게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는 리벤지포르노가 누군가의 경제적 이익으로 인해 무분별하게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불법촬영물에 대한 플랫폼별 삭제 지원 현황에 따르면 65.8%에 해당하는 비율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플랫폼에서 유포되고 있었다. 성인사이트(47%), P2P(7.7%), 웹하드(11.1%) 등으로, 해당 플랫폼은 게시자(가해자)가 유포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영상의 다운로드 누적수가 많을수록 게시자의 수익은 증가하게 된다.

앞서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성의 몸을 상품화한 불법영상물이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누군가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 역시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돈이 되면 뭐든 다 한다는 비열한 배금주의”라며 “고통 받는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를 공감한다. 공중화장실에서부터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