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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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공기물 '그라피티 훼손' 강력 대처

청계천 ‘베를린장벽’ 훼손 작가에 형사 처벌과 별도 손배소송 추진 / 최근에 유사한 사건 잇따라 발생 / 재발 방지 위해 강력 대처 하기로
서울 중구 청계천2가 삼일교 남단 베를린광장에 세워진 베를린장벽 훼손 전(왼쪽)과 후의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청계천 베를린장벽을 그라피티(낙서예술)로 훼손한 예술가를 상대로 형사상 처벌과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최근 무분별한 그라피티로 공공 시설물이나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어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중구 청계천2가 삼일교 남단(베를린광장)에 설치된 베를린장벽을 훼손한 그라피티 작가 정태용(28·필명 히드아이즈)씨를 상대로 (공공)재물 손괴에 따른 복구비용과 기타 손해배상금 지급 청구의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현재 정씨는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 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시는 도 넘은 그라피티로 시민들의 불편이 커 재발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강경 대응 방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독일 베를린시는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하고자 2005년 베를린장벽의 일부를 시에 기증했다. 이 장벽은 최근 지속하는 남북의 평화 분위기 속에 시민들의 평화통일 염원이 담긴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정씨가 지난 6월 이 베를린장벽에 스프레이로 노란색과 분홍색, 파란색 페인트 줄을 긋고 여러 문구를 새겨넣으며 크게 훼손했다. 정씨는 베를린장벽에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을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또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서울 중랑구 신내지하철차량기지사업소에 영국인 형제가 몰래 침입해 지하철 6호선 전동차에 ‘SMTS’ ‘SMT’ 등 대형 글자를 그린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았다. 사회적 예술가 홍승희씨도 2015년 홍익대 부근 한진중공업 소유 공사장 가벽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그라피티를 그려 재물손괴죄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그라피티로 공원, 광장 등의 공공공간은 물론 개인 사유의 시설물을 훼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완벽하게 복원하기는 쉽지 않다.

시도 베를린장벽을 관리하는 중구청과 함께 훼손된 청계천 베를린장벽을 복원에 나섰지만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복원 작업은 고온의 모래를 분사해 표면을 연마해서 덧칠된 그라피티를 지우고, 훼손 전 사진을 토대로 원형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시는 복원에 필요한 예산으로 1000만원을 중구청에 지급했다.

최윤종 서울시 푸른도시국장은 “현행법상 공공기물 등에 허가 없이 낙서 등으로 훼손하는 것은 재물손괴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엄연한 범죄행위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베를린장벽 훼손자는 물론이고 앞으로 발생하는 공원 내 시설물 등의 훼손에 더욱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