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나는 그를 정말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잘못 판단을 한 것으로 드러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을 재개하면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고 적극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진행자가 ‘북·미 대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도 진정으로 알지는 못하고, 그것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답변했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들이 사이트(현장)를 폐쇄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올해에도 5∼8개의 핵무기를 새로 만들었을 것으로 평가했다.
유세하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켄터키주 리치먼드의 이스턴켄터키대학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유세 중 연설하고 있다. 리치몬드=AP연합뉴스 |
북·미 대화의 성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훌륭한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내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하려고 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앉아서 그 얘길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북한과) 전쟁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심지어 내 임기 첫 몇 달 동안만 해도 그보다 더 거칠 수 없을 정도의 수사들이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도 그런 거친 수사를 듣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김 위원장)도 전쟁을 원하지 않고, 나도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는 비핵화를 이해하고 있고, 그것에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했을 때 핵 리스트 신고를 거부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핵 리스트의 일부라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스트를 제출해도 미국이 믿을 수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재신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싸움이 될 것”이라며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조처를 하려면 북·미 간 신뢰구축이 우선 필요하다”며 “종전선언을 통해 신뢰가 구축되면 비핵화는 미국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은 6·25전쟁 참전 미군의 유해 반환 등 성의 있는 조치를 취했다며 미국도 그에 맞춰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만으로는 종전선언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파괴무기 제거 계획도 요구했으며, 보유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동식 발사대를 일부라도 폐기 또는 국외 반출하면 “종전선언 등 북한이 납득할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처럼 북·미 간 주요 요구 사항에서 입장차가 남아 있는 만큼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시기는 향후 진행되는 실무자 협의가 얼마나 진전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망했다. 실무자 협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담당하며, 조만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것이라고 이 신문은 예상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러시아를 방문해 16일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아태지역 담당 외무차관과 한반도 정세를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특별대표의 방러는 지난주 최선희 부상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데 뒤이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우상규 기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