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이고자 서울시와 스타벅스코리아 등이 민관 합동으로 ‘일회용컵 전용수거함’ 시범설치 기념행사를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타워 광장에서 연 가운데, 머지않아 수거함이 쓰레기통으로 변할 거라는 의견을 비롯해 다소 어두운 미래를 예감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쏟아졌다. 거리가 쓰레기로 뒤덮여도 자기만 손해를 보지 않으면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들며, 이웃이나 사회에 피해가 가도 자기만 괜찮다면 무관심한 현상이라는 뜻의 용어 ‘노비즘(nobyism)’도 일부는 언급했다.
17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커피전문점 등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단속으로 실제 사용량은 줄었으나, 테이크아웃 시 제공되는 컵의 경우 단속 대상에서 제외돼 여전히 일상에서 일회용컵은 널리 쓰인다. 특히 길거리 쓰레기통에 버려진 일회용컵은 선별이 어려워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었다.
시는 종로구, 용산구, 도봉구, 동작구 총 4개 구 관광객 밀집지역 이태원, 대학가 주변, 광화문 등 유동인구가 많은 17개소를 선정해 올 연말까지 수거함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자치구를 통해 시가 일회용컵을 수거하고 전용수거함을 관리한다. 전용수거함 제작 및 최초 설치, 보수는 스타벅스 몫이다. 스타벅스가 텀블러 등 다회용 컵 판매수익의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해 투자한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없는 길거리 만들기’를 홍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일회용컵 전용수거함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소비자 홍보 활동을 전개와 함께 유지·관리 모니터링을 담당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더종로R점 앞에서 열린 '1회용컵 전용수거함' 설치 행사에 참석한 이석구 스타벅스 대표이사, 박천규 환경부 차관 등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시는 자치구, 스타벅스와 함께 전용수거함 디자인, 관리 방안 등에 대해 지속 협의해나갈 계획이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보호와 자원낭비를 막기 위해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 컵과 텀블러를 적극 사용하길 바란다”며 “불가피하게 일회용컵을 사용할 경우엔 분리배출을 철저히 해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실천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좋은 정책이라고 반기면서도 낙관만 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일회용컵만 통에 버리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은 “곧 쓰레기통으로 변했다는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했으며, “자기 집 쓰레기통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탓에 온갖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이 포착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동인구 밀집 지역에 수거함이 설치되는 점을 생각한 듯 누군가는 “지나는 이들의 재떨이로 변하게 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의견 일색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미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본 적 있다.
세계일보가 지난 6월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테이크아웃 음료 컵 전용 수거함’을 살펴봤을 때, 누군가 버리고 간 일반 쓰레기가 발견돼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했다. 당시 보도된 ‘음료와 컵을 분리하라고 했는데…뒤섞인 쓰레기에 '아이고 머리야'’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주요 포털에서만 2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많은 이들이 모자란 시민의식을 질타했다.
서대문구에 설치된 수거함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높이 123㎝, 폭 70㎝ 정도 크기며 시민들 시선을 끄는 대형 커피 컵 모양이다. 빨대처럼 생긴 투입구에 컵을 버리게 했으며, 대형 쓰레기 무단 투입 방지를 위해 투입구는 가장 큰 커피 컵 사이즈에 맞춰 만들었다. 특히 컵 투입구 바로 아래쪽에는 먹다 남은 음료를 버리는 곳을 따로 마련해서 도시미관 훼손과 악취, 벌레 발생을 막을 수 있게 했다. 커피 컵 모양의 쓰레기통을 설치한 구는 있지만 음료를 따로 버릴 수 있게 하고 빈 음료 컵을 빨대 모양 투입구로 넣도록 디자인한 건 처음이라는 게 서대문구의 설명이었다.
지난 6월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서 ‘테이크아웃 음료 컵 전용 수거함’을 살펴봤을 때, 누군가 버리고 간 일반 쓰레기(빨간 동그라미) 등이 발견돼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했다. 수거함 설치 취지와 다르게 컵만 버리도록 한 곳에 일반 쓰레기나 음식물 등을 버리는 등 일부 시민이 배려 없는 행동을 저지르고 있어서 이른 오전 쓰레기 수거에 바쁜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컵을 꺼내려 손을 넣었을 때 음식물 쓰레기가 닿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사진=김동환 기자. |
수거함 설치 취지와 다르게 컵만 버리도록 한 곳에 일반 쓰레기나 음식물 등을 버리는 등 일부 시민이 배려 없는 행동을 저지르고 있어서 이른 오전 쓰레기 수거에 바쁜 직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에 보는 눈이 없는 틈을 타 쓰레기를 마구 투척하는 행태가 벌어졌다.
당시 통화에서 서대문구 관계자는 “음료를 거르는 망에 음식물을 버리는 분들이 계시다”며 “라면을 비롯해 여러 음식물 쓰레기가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아침에 수거하는 데 막혀 있을 때가 많아서 작업하시는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지만 ‘일반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눈에는 소용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혼동을 막고자 수거함 옆에 재활용통도 설치했지만 ‘규칙 어기는’ 이들에게는 장식에 불과했다.
수거함에서 컵을 가져가는 업체 측도 “수거함에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해가 뜨기 전 컵을 수거하는 그들에게 어둠 속에서 마주하는 온갖 쓰레기는 고충을 더욱 깊게 했다.
일회용컵 전용수거함의 어두운 미래를 그린 이들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