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터키 친정부 일간지 예니샤파크를 인용해, 카슈끄지가 살해됐을 당시의 상황을 일부 공개했다. 살해 당시 녹음된 내용을 듣고 구체적인 상황을 공개한 것은 예니샤파크가 처음이다. 이스탄불 소재 사우디영사관 수색에 관여해 녹음 파일을 들었던 터키 고위관리에 따르면 살해 발생 당시 상황은 끔찍하다. 터키 고위관리는 카슈끄지가 당일 총영사관 집무실로 들어갔다가 곧바로 요원들에게 붙잡혔다고 전했다. 요원들은 구타로 고문을 시작한 뒤 카슈끄지 손가락을 자르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무함마드 알 오타이비 총영사는 “이런 일은 (사무실) 밖에서 하라”며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빠뜨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암살팀 요원은 “살아서 사우디로 돌아가고 싶으면 입 닥쳐!”라고 윽박질렀다. 오타이비 총영사는 16일 사우디로 귀국했다.
중동매체인 ‘미들 이스트 아이’(MEE)도 소식통을 인용, “카슈끄지가 총영사 옆방 서재로 끌려간 뒤 신문 절차 없이 바로 책상 위에서 살해됐다”고 전했다. 살해 현장에는 요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 사우디 법의학 권위자 알 투바이지가 함께 자리를 지켰다. 그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다른 요원들에게도 자신처럼 하라고 권유했다. 카슈끄지는 고문이 시작된 뒤 7분 만에 살해됐다. 한편 카슈끄지 실종사건에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사우디 ‘요원’ 일행 중 한 명이 귀국 후 사망했다고 예니샤파크가 18일 보도했다. 카슈끄지가 실종된 당일 이스탄불을 다녀간 사우디인 일행 가운데 마샬 사드 알보스타니 사우디공군 중위가 ‘수상한’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것이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