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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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진 문화재 교류…일본 양심 세력의 ‘관음사 불상’ 반환 호소

“또한 이러한 상황은 한반도 유래 문화재에 대해 알아보고 배우려는 (일본의) 시민과 학생들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상황’이란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이 일본 쓰시마 간논지(觀音寺)에서 훔친 ‘관세음보살좌상’이 국내로 들어온 뒤 일본으로 반환되지 않고, 소유권 분쟁까지 벌이고 있는 것을 말한다. ‘훔쳐간 것이니 일본으로 돌려달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일제강점기 문화재 약탈을 인정하고, 해당 문화재를 한국에 돌려놓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일본 내 양심적 시민단체가 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불상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진 후 일본에서 한국 문화재와 관련된 대부분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당장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는 게 문화재 전시 교류다. 양국의 전시 교류가 다양해지고, 깊어지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까운 대목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도쿄대 한국학연구센터가 ‘<한일공동선언 20주년> 문화재로 이어가는 한일의 미래’란 주제로 21일 일본 도쿄대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이런 사정을 엿볼 수 있다. 

2016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전에 출품된 한국의 국보 78호 불상(왼쪽)과 일본 주구지의 불상.
◆한·일 양국 오간 최고의 유물과 전시회

한국과 일본의 문화재 전시 교류가 확대, 심화되던 과정은 국립중앙박물관 최선주 연구기획부장의 발표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발표문에 따르면 일본 내 한국 유물의 첫 전시는 1976년의 ‘한국미술오천년전’이고, 한국에서의 일본 유물 첫 전시는 2002년 ‘일본미술명품전’이다. 

한국미술오천년전은 1976년 교토국립박물관, 후쿠오카문화회관, 도쿄국립박물관을 순회하며 7개월 여간 열렸다. 국보 47점을 포함해 348점의 한국문화재가 일본 관람객과 만났다. 이후 양국이 공유하는 기억이 많은 고대사 관련 전시회가 잇달아 열렸다. ‘일한문화교류전’(1980), ‘한국고대문화전’(1983), ‘가야문화전’(1992) 등이 그것이다.

2002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일본미술명품전에는 일본 고대∼근세의 다양한 유물이 엄선됐다. 가치가 큰 국보가 17건 24점, 중요문화재가 72건 104점이 출품됐다. 이 전시회는 그 해 양국이 월드컵을 공동개최한 것을 기념해 열린 것이라 일본에서는 국보, 보물 등 270여 점이 출품된 ‘한국의 명보’전이 열렸다.

최 부장은 “한국과 일본이 동일한 주제를 같은 시대에 어떻게 인식하고 변화했는 지를 보여주는 전시나 특정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전시”를 전시 교류의 지향점 중 하나로 제시했는데 2016년 국립중앙박물관과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잇달아 열린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전이 그런 사례로 보인다. 이 전시회는 한국의 국보 78호 금동반가사유상과 일본 국보 주구지 목조반가사유상 단 두 점이 나왔으나 비슷한 형식의 두 불상이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국인 절도범이 일본 쓰시마의 간논지에서 훔쳐 국내로 반입한 불상.
◆발목잡힌 교류…“일단 간논지 불상 반환하자”

시간이 지나면서 국립박물관은 물론 대학박물관, 사립·지역박물관 등이 다양한 형태, 주제의 전시회를 열며 문화재 교류는 발전해 갔으나 간논지 불상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은 12월 개최 예정인 ‘대고려전’을 위해 도쿄국립박물관에 고려의 불화 ‘아미타삼존도’, 나전칠기 ‘국화나전경상’ 등의 대여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여 후 안전하게 돌려받을 근거를 제시해 달라”는 일본 측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유물을 대여하거나, 학술조사를 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한국·조선 문화재 반환문제 연락회의 아리마쓰 겐 대표는 간논지 불상을 일본에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을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락회의는 일본의 전쟁책임 규명과 전후보상, 한국문화재 반환 운동을 이끌어 ‘일본의 양심’이라 불리는 고 아라이 신이치 교수가 이끌었던 단체다. 아리마쓰 대표는 전시 뿐만 아니라 환수, 학술조사 등 문화재와 관련한 전반적인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각 방송국, 스포츠신문 등에서 (불상 문제를) 선정적으로 보도했고,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감정은 순식간에 악화되었다”며 “박물관과 미술관 관계자 및 전문가도 한국 문화재에 관여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고 전했다. 또 “국회의원들도 한일 문화재 반환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분위기에 압도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아리마쓰 대표는 “우선 법질서를 존중해 도난 불상을 반환한 다음, 그 불상이 (일본에) 도래하게 된 역사를 조사하자”고 호소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