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으로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이 증가하고 경쟁률이 치열해지면서 부정행위자도 늘고 있다. 지난달 15일 실시한 경찰간부후보생 선발 필기시험에서 응시생 김모(24·여)씨가 시험 종료 후에도 계속 답안지를 작성하다 적발됐다. 지난달 1일 제2차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에서는 몰래 스마트폰을 반입해 영어 단어를 검색하다 걸린 ‘간 큰’ 공시생도 있었다.
2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가공무원 시험 부정행위는 2014년 65건에서 2016년 72건, 지난해 79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9월까지 46건의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공무원은 어느 직종보다도 직업적 양심과 도덕성이 중요한데 일부 공시생이 시험 단계부터 윤리 의식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 시험의 부정행위 증가는 공무원을 ‘안정적 고용과 소득이 보장되는 직업’으로만 여기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공시생의 78.2%가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 공무원시험을 준비한다고 답했다. ‘국가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공시생은 11.7%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들이 공무원에 도전하는 목적 자체가 ‘공익’보다는 ‘사익’ 추구에 가깝다는 방증이다. 자연히 ‘공무원이 되려면 도덕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식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바늘구멍 수준의 낮은 합격률이 공시생을 부정행위로 이끄는 유혹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13일 필기시험이 치러진 7급 지방공무원시험은 평균 경쟁률이 97.9대 1을 기록했다. 올해 7급 국가공무원시험도 평균 경쟁률이 47.6대 1로 나타났다. 자주 치르는 시험이 아닌 데다 준비 비용이 큰 만큼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응시생이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정행위자에 대한 조치가 너무 가벼운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무원임용시험령 제51조에 따르면 시험 시작 전에 시험문제를 열람하거나 종료 후 답안을 작성한 부정행위자는 당해 시험만 무효 조치된다. 통신기기를 소지하다 적발돼도 해당 시험만 무효로 처리하는 것은 최근 부정행위 수법과 동떨어진 조치란 평가다. 지난 6월 국가기술자격시험인 전기기능장 실기시험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을 통해 답안을 올리는 수법으로 부정행위를 한 74명이 적발되는 등 첨단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3년째 국가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최모(30)씨는 “스마트폰은 인터넷 접속과 동시에 무한한 시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그 자체로 부정한 자료”라며 “커닝페이퍼를 가지고 있으면 5년간 응시 제한인 데 비해 통신기기 소지는 해당 시험만 무효라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시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시험보다 엄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상철 한신대 교수(사회학)는 “도덕성이 결여된 공직자가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크다”며 “부정행위 땐 공무원시험 응시 자체를 불허하는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제상 경희대 교수(행정학)도 “공직자는 도덕적 잣대가 가장 엄격하게 적용돼야 하는 직업”이라며 “부정행위자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