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GM본사의 ‘한국 먹튀’ 논란이 재점화됐다. 지난 4월 GM 측이 법인 분리 가능성을 내비쳤음에도 산은의 미온적인 대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질타들도 쏟아졌다. 한국GM은 지난 19일 주주총회를 열고 R&D(연구·개발) 법인을 떼어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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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여야 의원들은 산은이 한국GM의 법인 분리를 몇 달 전에 알았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지난 5월 경영정상화 계약 전에 GM에서 법인 분리를 제기했는데, 비토권 행사가 가능한 17개 특별의결조항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선동 의원도 “법인 분리는 GM이 철수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정부·산은과 GM 간 경영정상화 협약은) 졸속 협상이었다”고 비판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GM이 정상화 협약을 맺고 두 달 뒤 법인 분할을 추진한 것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했다는 것”이라며 “산은이 GM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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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왼쪽부터)과 최종 한국GM 부사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GM의 R&D 법인분리를 한국 철수의 사전 포석 작업이라는 의혹들도 제기됐다. 무소속 정태옥 의원은 “차량을 설계하지 않고, 생산설비만 남아 있는 법인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기업가치가 10분의 1로 떨어지는 셈”이라며 “분리된 R&D 법인이 설계하는 차종이 한국에 먼저 배차되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되면 두 법인 간 시너지도 전혀 나지 않고, 잔존가치가 0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은 “한국GM의 법인분리를 사전 포석이라는 데 동의를 못 한다”며 “외국의 경우 법인을 분할하고 생산시설을 닫은 사례가 있지만, R&D 법인을 분할하고 경쟁력이 강화돼 생산을 유지한 사례도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법인분리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주총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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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2일 서울 중구 을지로 IBK기업은행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증인으로 출석한 최종 한국GM 부사장은 R&D 법인분리가 GM의 한국철수 수순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산은과의 의견 차를 드러내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최 부사장은 “신설법인 설립에 대해 7월20일 발표한 후 총 4번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했다”며 “이사회를 하면서 법인분할 절차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회장은 “상식적이고 형식적인 것만 줬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못 받았다”며 “이사회에 내부에서도 3명의 이사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주총을 하자고 요구했으나 한국GM이 구체적인 내용 제시없이 일방적으로 주총을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이날 이 회장은 한국GM에 출자하기로 한 8000억원 중 절반은 집행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집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