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 4차전. 1승2패로 뒤진 SK는 당시 19세 김광현을 깜짝 선발로 내세웠다. 고졸 최대어라는 기대와는 달리 정규시즌에 20경기 3승7패 평균자책점 3.62로 부진했기에 의외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7.1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로 4-0 승리를 이끌며 SK가 2패 뒤 4연승으로 역전우승을 차지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김광현은 이를 발판 삼아 이듬해 16승을 거두며 에이스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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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진 |
2018 KBO 포스트시즌에서 당시의 김광현을 떠올리게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넥센 안우진(19)이다. 안우진은 김광현의 5억원보다 많은 6억원의 계약금을 받을 만큼 기대가 컸지만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지목돼 비난여론에 시달리며 50경기 출전정지라는 구단 징계를 받아야 했다. 6월에야 첫 등판 기회를 잡은 그는 정규시즌 20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7.19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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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
하지만 가을야구에서 안우진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한화를 3승1패로 꺾은 준플레이오프에서 2차전과 4차전 구원으로 등판해 각각 3.1이닝 2피안타 무실점과 5.2이닝 5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렇게 두 경기를 합쳐 9이닝 무실점의 쾌투를 펼친 안우진은 넥센의 3승 가운데 2승을 홀로 책임졌다. 시속 150㎞의 강속구를 뿌려대며 두 경기에서 나란히 삼진도 5개씩 잡아낼 만큼 그의 구위는 가을의 영웅이 되기에 손색없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안우진은 이제 27일부터 시작하는 SK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서 그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겠다는 각오다.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강의 투수로 자리 잡은 김광현처럼 가을 호투의 경험이 이어진다면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할 자신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PO에서는 롤모델이 될 김광현과의 맞대결 가능성도 열려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가을 호투는 ‘후배 폭행’ 가담이라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오명을 씻어낼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안우진으로서는 혼신의 힘을 다할 이유가 충분하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