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고용세습 단체협약 노조현황 및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현대자동차 노조 등 일부 강성 노조들의 ‘고용 대물림’ 관행은 여전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24일 공개한 ‘고용세습 단체협약 체결 사업장’ 자료를 보면 단체협상에서 노조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뿐 아니라 ‘불가피한 퇴직자’, ‘유자격 조합원’ 자녀에 대한 ‘고용 특혜’를 보장하는 사업장도 일부 있었다. 노조가 추천하는 사람을 우선 채용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단체협상에서 법을 위반하는 노조는 크게 줄긴 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6월∼2016년 2월 100명 이상의 조합원을 둔 노조가 있는 사업장 276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단협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협에 장기근속자, 정년퇴직자, 업무상 재해자 자녀 등의 우선·특별채용 조항을 둔 사업장은 전체의 25.1%인 694곳이었다. 청년 고용문제가 심각해지고 노조의 ‘고용 세습’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단협에 일자리 대물림을 명시한 사업장이 3년여 만에 13곳으로 대폭 준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불법행위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우선 정부 정책마저 쥐락펴락하는 강성 노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협에 고용세습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노조는 대부분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소속돼 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용세습 노조현황이 적힌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하 의원실 관계자는 “현대차노조만 해도 조합원이 4만7000명이 넘다 보니 회사가 노조 측 눈치를 살펴야 하고, 정부 또한 총파업 등 사회 전체가 들썩이는 것을 우려해 민노총 주력 노조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고 전했다.
일부 노조의 이 같은 불법 관행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한 것도 문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단협은 노사 간 자율개선이 원칙”이라며 “위법한 내용이 들어가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하고 있고 그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업장 단협에서 위법사항을 발견하면 우선 노사 간 자율개선을 권고한다. 그래도 개선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내리고 그래도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한다. 벌금까지 부과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마저도 보통 150만원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업 입장에선 노조와 척을 지느니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게 더 나은 것이다.
갈수록 고용세습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지만 개선 작업은 하세월이다. 20대 국회에는 바른미래당 이태규·하태경 의원과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용세습 금지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하 의원실 관계자는 “단협에 관련 조항이 있을 경우 단협의 효력을 정지하거나 노조활동에 일부 패널티를 가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