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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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국가 인정 놓고 ‘오락가락’ 혼란 부추긴 청와대

평양 공동선언·남북 군사합의서 비준과 관련해 북한의 국가 인정 여부를 놓고 청와대가 오락가락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그제 “헌법이나 국가보안법에서는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보지 않고, 유엔이나 국제법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며 “북한을 어떻게 규정할지는 법적 측면이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그 전날에는 “북한은 국가가 아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동의 없이 평양 공동선언 등을 비준한 게 위헌이라는 자유한국당 주장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논란을 부르자 하루 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김 대변인은 24일 “헌법상 국회 비준이 필요한 조약은 국가 간 합의를 말하는데,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다. 조국 민정수석도 페이스북에서 ‘남북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라는 남북관계발전법 조문을 인용하며 “법조문 한 번만 읽어도 위헌 운운하는 무모한 주장과 보도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2011년 발간한 자서전 ‘운명’에서 “남북 정상 간 합의는 법적으로 따지면 국가 간 조약의 성격”이라고 썼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대변인이 앞장서서 대통령의 주장이 틀렸다고 반박한 꼴이다. 문재인정부가 개편 중인 교과서에서도 북한을 국가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7월 초·중등 역사교과서 최종 개정안에서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을 빼기로 결정했다.

원래 북한이 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은 보수진영의 단골 레퍼토리다. 그런데 청와대가 끼워 맞추기식으로 비준 논리를 급조하다 보니 자기모순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진보 인사들이 “그럼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고 비판할 정도로 김 대변인 발언은 진보진영에서도 논란이 됐다.

헌법 제60조 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등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호원조나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은 적성국과 체결할 때 국가 안위에 더 큰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북한이 국가가 아니므로 국회 동의가 필요 없다면 미국, 일본 등 우방국과 맺은 조약에 대해선 국회 동의를 받고, 그보다 더 위험한 적성국과의 조약은 동의를 거치지 않게 된다. 헌법정신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청와대는 더 이상 엉뚱한 논리로 여론을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