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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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규제 완화했더니 환경 전문 인력 안뽑아

환경부 수급실태보고서 / 국내외 환경 시장 성장성 큰데 / 전공 살려 취업한 졸업생 18% / 업계선 2만여명 구인난 아우성 / 기업규제 완화… 채용기준 낮아져 / 전문 환경 기술인 등 겸직 허용 / 인력수요 줄고 사업장 관리부실
“환경을 전공했는데 일할 곳이 없네요.”

“사업장 환경관리를 책임질 마땅한 인력을 못 찾겠네요.”

환경 분야에서도 실업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존재하는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환경관리인력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 파악이나 체계적 육성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2016년 환경산업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환경 관련 학과 졸업생 1만3133명 중 57.4%(7536명)만 취업에 성공했다. 그중 전공을 살려 취업한 졸업생은 2319명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졸업생 75.9%는 졸업 후 환경분야에 취업하고 싶다고 답했는데, 실제로는 18%만 목표를 이룬 셈이다.

이에 반해 환경산업체는 총 2만4150명의 인력을 구하지 못했다고 호소한다.

우리나라 환경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는 국내 환경시장 확대와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통해 최근 4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전체 고용인구 대비 환경산업 종사자 수는 약 45만명으로 2.8%에 머물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각각 4.8%, 3.95%에 이른다.

국내 환경산업은 채용 잠재력이 크면서도 이를 온전히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는 역설적이게도 기업활동 규제완화가 영향을 미쳤다.

환경분야의 대표적인 전문직종인 환경기술인의 경우 1996년과 2000년 대기환경보전법과 수질·수생태계보전법이 잇따라 개정돼 대기와 수질분야 환경기술인 자격기준이 완화됐다. 이 기준은 지금까지 이어져 성격이 전혀 다른 수질과 대기분야 기술인이 겸직을 할 수 있다.

또 현행 규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환경기술인을 둬야 하지만 신고의무가 없다. 지방자치단체의 현장지도점검을 통해서만 선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전국적인 현황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업규제를 완화하고자 환경 기술인 채용 기준을 낮춘 결과 전문인력의 설자리는 줄고 사업장 환경관리는 비전문적으로 이루어져 그만큼 부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부터 통합허가관리제도가 실시되면서 환경기술인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제도는 대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오염물질 배출뿐 아니라 연료투입 등 모든 공정에서 최적의 환경관리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환경기술인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체계적인 인력양성과 수급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부는 정확한 일자리 통계를 확보하기 위해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따라 환경기술인력 수급전망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었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도 예산(정부안)에도 관련 비용을 반영하지 못했다.

이용득 의원은 “환경일자리는 고용 창출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서 관련 일자리정책이 체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체계적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인력과 일자리 간의 미스매칭을 해결하고, 사업장들이 통합환경관리제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구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