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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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데이터 기반… 개인 금융 개성 최대한 살려”

스타트업 레이니스트 김태훈 대표
“개인의 개성을 최대한 살려줄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만드는 게 목표다.”

요즘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뜨는 기업 한 곳을 꼽으라면 레이니스트다. 개인자산관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뱅크샐러드’로 대박이 났다. 앱에 접속해 자신이 사용하는 공인인증서로 한 번만 인증하면 이용 내역을 자동으로 불러와 씀씀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앱은 올 9월 기준으로 누적 다운로드 220만건에 이용자의 자산관리 규모가 10조원에 달한다. 이 앱은 지난 8월 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데이터 경제 활성 규제 혁신’ 간담회에서 시연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자는 김태훈(33) 레이니스트 대표를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빌딩 17층 본사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김 대표는 “집에 못 들어가고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한 지 한 달째”라며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 앞에서 뱅크샐러드가 시연된 소감을 묻자 “임직원 전체가 당시 대통령의 현장 연설을 전체 통화 모드로 해서 다 들었고, 환호성을 질렀다”면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꿈꾸는 미래 비전을 정부가 공감해주는 것에 직원 모두 들뜬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호기심은 적중했다. 뱅크샐러드는 2014년 8월 웹 서비스를 론칭하고, 지난해 6월 정식 출범했다. 뱅크샐러드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은 9월 기준으로 카드, 예·적금, 보험, 대출, P2P(개인간 거래)금융,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에 걸쳐 6000여개 넘는다. 2015년 8월 옐로금융그룹에서 19억원 투자를 유치하고, 2016년에는 구글 플레이 선정 ‘올해를 빛낸 혁신적인 앱’을 수상했다.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가 서울 강남구 논현빌딩 레이니스트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뱅크샐러드의 강점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 능력이다. 특히 일대일 고객 맞춤형 메시지로 알람을 해주는 ‘금융비서’는 소비습관을 분석해 개인화된 알람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우리 사업은 금융업이라기보다는 ‘데이터드리븐(Data-Driven) 금융’으로 생각한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고객의 권리와 능력을 높이면서 개인 금융의 개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을 강조하는 문재인정부의 기조 역시 ‘데이터’ 사업의 성장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정부 주도하에 다양한 데이터 사업들이 추진되면서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했던 금융시장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며 “특히 금융 데이터 활용 및 정보 보호와 관련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은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은 물론 핀테크 산업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규제 문제와 관련해 “창업 초기에 규제 문제에 부딪히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 중에 하나가 규제 관련 문의 창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며 “규제 관련 정부의 문의 창구가 일원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적잖은 규제를 돌파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공무원과 스타트업 모두의 접점은 국민”이라며 “국민 편익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규제 당국도 스타트업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그렇듯 그의 시작도 초라했다. 친구들과 창업한 초기 2년 동안은 카드사 자료를 얻을 방법이 없어 일일이 손으로 정보를 찾아가며 데이터를 모아갔다. 그는 “호기심에서 출발했는데 궁금하면 사람이 몰입하게 된다”며 “돌아보면 몰입이 과정에서 겪는 실패의 고통을 잊도록 마취시켜준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후배들에게도 “창업은 장밋빛 미래만 가득한 화려한 게임이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의 고통을 견딜 수 있으려면 호기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