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를 자주 식탁에 올려 가족 건강도 챙기고 입맛도 살리고 싶지만 쉽지는 않다.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다. 요즘 한우고기 최고 등급(1++) 100g에 1만2000원 정도 한다. 같은 무게 삼겹살이 3000원 수준임을 생각하면 체감가격은 더 높다. 어쩌다 한우를 먹는 자리가 생겨도 좀 부족하다 싶게 입맛만 속이는 정도로 만족한다. 소(牛)고기를 소(小)고기로 즐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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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
우리나라 쇠고기 자급률은 2013년 50.1%에서 2017년 41%로 9.1%포인트 줄었다. 자급률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쇠고기를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비율이다. 자급률이 하락하면 수입량이 늘고, 국내 쇠고기의 물량은 감소해 한우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2016년 수입한 쇠고기는 36만2000톤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22억8400만달러다. 수입이 자유화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농진청은 한우고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며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한우 개량과 사양기술 발달로 현재보다 사육기간이 다소 줄더라도 수입 쇠고기와의 품질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점에 착안해 출하기간을 앞당기고도 맛과 풍미, 육질과 육량이 떨어지지 않는 ‘사육기간 단축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면 국내 거세한우 생산비를 한 해 936억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육기간 단축 기술을 개발하면서 가장 고려한 부분은 맛이다. 사육기간이 대부분 31개월 정도인 점을 감안해 31개월 고기와 시험 사육한 28개월 고기의 맛을 정밀 분석했다. 맛 관련 대사물질의 정밀 비교를 위해 최신 분석기법과 관능평가를 종합한 결과, 사육기간을 줄여도 한우고기 맛에는 차이가 없었다.수입소와 비교해 품질 면에서 전혀 뒤지지 않기 때문에 수출전망도 밝다.
한우는 5000년을 함께해 온 귀한 먹거리이자, 민족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과학기술에 버금가는 한우 사육기술을 토대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한우의 품질 특성이 다변화되고 있다. 소비자는 부담 없이 한우고기를 즐기고 농가는 건강하게 소를 키우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라승용 농촌진흥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