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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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에서 근로? 아예 취업 포기한다" [이슈탐색]

높은 임금의 안정적인 일자리에 종사하는 임금 근로자는 전체의 10.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상승 사다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어서, 정규직·대기업과 비정규직·중소기업으로 구분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는 청년·여성 고용 부진, 과도한 자영업 비중 등 국내 노동시장의 고질병을 유발한 주요 요인으로 분석됐다.

장근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4일 BOK경제연구 '우리나라 고용구조의 특징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작년 8월 기준으로 대기업이면서 정규직인 1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7%"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이거나 비정규직인 2차 노동시장 근로자는 89.3%였다.

1차 노동시장 근로자의 임금은 2차 노동시장 근로자의 1.8배, 근속연수는 2.3배에 달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낮았다. 임시직의 3년 후 정규직 전환율을 보면 한국은 22%로 OECD 조사 대상 16개국 중 꼴찌였다.

이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청년 실업 증가, 여성 고용 부진, 과도한 자영업 비중 등 한국 노동시장의 또 다른 구조적 문제를 낳는 원인이 되는 모양새다.

청년, 여성 고용은 고학력일수록 부진했다. 20대 청년 실업률은 2008년 7.0%에서 지난해 9.9%로 2.9%포인트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대학 졸업자 실업률은 4.8%포인트나 확대했다.

구직기간은 2004년 12.3개월에서 지난해 14.4개월까지 늘었다. 특히 청년층이 선호하는 공무원의 경우 19.2개월이나 됐다.

◆대졸자 급증…질 낮은 일자리 기피하는 청년들

1990년대 이후 대학진학률이 상승해 대졸자가 크게 증가했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로 1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할 '문'은 커지지 않는 가운데 대졸자들이 2차 노동시장을 기피하며 청년 실업과 구직기간이 증가하는 것이다.

대졸 이상 남녀의 고용률 차이(남성 대졸자 고용률-여성 대졸자 고용률)는 26%포인트로 OECD에서 가장 컸다. 다른 국가들은 학력이 높을수록 남녀 고용률 차이가 줄어들었으나 한국은 반대였다.

이는 여성이 결혼, 출산으로 경력 단절이 빚어지고 재취업은 주로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을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열악한 근로조건을 기피하는 고학력 여성은 취업을 아예 포기하는 모습이다.

자영업자와 무급가족 종사자를 합한 비임금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25.4%로 OECD에서 5번째로 높았다.

자영업은 주로 도·소매, 숙박음식업 등 생산성이 낮고 진입하기 쉬운 업종에 쏠려 있다.

임금 근로자 일자리 자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괜찮은 임금 근로자 일자리에 취업하기가 마땅하지 않자 취업 대신 자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자영업자 중에는 은퇴한 고령층이 다수였다.

◆'바늘구멍' 공무원 준비 평균 19.2개월동안 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소득 불평등을 심화하고 고용 안정성 저하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청년·여성 고용 부진은 성장 잠재력을 깎아 먹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사회에 막 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실업을 오랜 기간 겪거나 질 낮은 일자리에 오래 머물면 '낙인 효과'가 생겨 삶의 질이 떨어지고 평생 빈곤에 시달릴 가능성도 있다.

장 부연구위원은 "고용 확대를 제약하고 고용구조를 악화시킨 구조적 요인은 이중구조 심화인 만큼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한 도급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가직 7급 공채 최종합격자 10명 중 4명 '여성'

한편 인사혁신처가 2018년도 국가직 7급 공채 최종합격자 824명의 명단과 국가직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최종합격자 180명의 명단을 지난 1일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 발표했다.

7급 합격자 가운데 여성비율은 39.3%(324명)로 지난해 37.3%보다 소폭 상승했고, 평균연령(만 나이)은 28.8세로 작년과 같았다.

연령대별로는 25∼29세가 49.6%(409명)로 가장 많았고, 20∼24세 18.7%(154명), 30∼34세 18.5%(152명) 순이었다.

올해 7급 공채는 770명을 뽑는데 3만6000여 명이 원서를 냈고, 실제 2만5000여 명이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당초 뽑기로 한 770명과 함께 동점자 21명, 양성평등채용목표제 적용으로 13명(남 4명·여 9명), 지방인재채용목표제 적용으로 20명(남 14명·여 6명)이 추가로 합격해 총 824명이 됐다.

7급 공채 선발인원 중 45명은 장애인 구분모집을 통해 선발하기로 돼 있었으나, 필기시험에서 과락자가 많아 40명만 최종 선발됐다.

지역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전문대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합격자 180명 중 여성 비율은 71%(128명)를 차지했다.

'고졸 우대시험'인 만큼 합격자 평균연령은 18.4세이다.

올해 시험에는 직업계고교·전문대 학교장 추천자 1154명이 응시해 필기시험, 서류전형, 면접시험을 거쳐 최종합격자가 선발됐다.

이 제도는 지역별 균형선발 원칙에 따라 특정 시·도 합격자 수를 20% 이내로 제한한다.

지역인재 9급 수습직원 합격자는 내년 상반기 정부 각 부처에 배치돼 6개월간 근무한 뒤 수습부처별 임용심사위원회 심사(근무성적·업무추진능력 등)를 거쳐 9급 국가공무원으로 임용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