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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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동원정책 합리화, 日帝 침략의 역사 오롯이

‘국역 조선총독부 30년사’ 출간… 사료 기대
일제가 조선 지배를 기념한다며 1935년, 1940년 각각 펴낸 ‘시정(施政) 25년사’, ‘시정 30년사’를 우리말로 옮긴 ‘국역 조선총독부 30년사’(민속원·사진)가 출간됐다. 총독 시기별로 주요 법령과 제도에 대한 설명과 의도가 반영돼 있어 연구가 미흡한 식민지 지배정책 연구에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찬승 한양대 사학과 교수가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지원을 받아 2012년 대학원생이던 김민석 한양대 강사, 최은진 국가보훈처 학예연구사, 양지혜씨와 함께 번역을 시작한 뒤 윤독과 원고 수정, 교열을 거쳐 6년 만에 성과물을 내놓았다.

시정 25년사와 시정 30년사는 도쿄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08년 대한제국 학부(學部) 편집국 사무관으로 온 오다 쇼고(小田省吾·1871∼1953)가 책임 집필했다. 오다는 1918년 ‘조선반도사’(朝鮮半島史) 편찬에 참여했고, 1921년에는 학무국 고적조사과장으로 임명돼 고구려와 낙랑 유물 조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시정 25년사와 시정 30년사는 조선이 일제 덕분에 발전했고,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에 편입됐음을 강조하는 논조로 작성됐다. 시정 25년사에서 저자는 일제의 침탈이 “반도의 인민을 구제하고, 이들의 문화를 향상시키고 실력을 양성해 단지 조선 민중의 복지를 증진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제국의 기초를 공고하게 하고 동양 평화를 영원히 유지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일제가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한 뒤에 간행된 시정 30년사는 전시체제와 전시동원정책을 미화하고 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 교수는 “총독부는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아가 이를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책을 편찬했다”며 “총독 정치를 심하게 왜곡하거나 미화한 부분은 각주로 관련 사실을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