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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중국 안방 된 우리 방공식별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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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DIZ 무력화 일삼는 도발에 / ‘선별 발표’로 대처하는 군 당국 / 정부는 역사의 교훈 되새기며 / 동북아 안보정세 전면 점검해야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침범하고, 언론이 이를 보도한다. 근래 반복되는 패턴이다. 지난주에도 그랬다. 중국 군용기 1대가 지난달 29일 제주도 서북방에서 KADIZ에 진입한 뒤 강원도 강릉 동쪽까지 북상했다. KADIZ는 영공은 아니지만 외국 항공기의 무단 진입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설정한 구역이니 국가안보 측면에선 민감한 영역이다. 타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진입하면 자국 전투기의 대응 기동이 이뤄지는 이유다. 국제 관례로도 24시간 전에 진입 허가를 받는 법이다.

KADIZ를 침범하는 중국은 국제 관례를 무시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여기까진 특이할 것이 없다. 중국은 늘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번 관련 보도엔 색다른 점이 있다. KADIZ 침범 빈도에 관한 보도가 엇갈렸던 것이다. 대개 지난주 침범이 ‘올해 6번째’라고들 전했다. 본지는 달랐다. ‘올해 110여회’라고 못 박았다.
이승현 논설고문

왜 차이가 났을까. ‘6번째’라는 보도는 군의 발표에 의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본지 보도는 공군작전사령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의 침범은 올 들어 9월 중순까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다시 말해 110여회다. 6회와 110여회 중 뭐가 정확할까. 불문가지일 것이다.

1월부터 9월 중순까지, 많은 날이 이어졌다. 그래도 기껏해야 250일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 사이에 110여회 진입했다. 뭔 얘기인가. 중국 군용기가 하루 건너 한 번꼴로 KADIZ를 넘나든다는 뜻이다. 자기네 작전구역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은 우리 3면 바다의 상공을 자기네 안방으로 여기는 것이다. 심지어 울릉도와 독도 안쪽의 동해 상공까지도. ‘110여회’는 다른 것도 시사한다. 우리 군이 KADIZ 무력화라는 엄중한 안보 현실을 매우 선별적으로 국민에게 알린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침범도 10여회로 알려지지만 실은 70회를 웃돌았다고 한다.

국가안보는 산소와 같다. 평소엔 그 소중함을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없이는 생존도, 번영도 불가능하다. 문재인정부가 남북관계에 목을 거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평화의 한반도’를 거듭 강조했다. “한반도와 동북아 공동 번영을 향한 역사적인 출발선이 바로 눈앞에 와 있다”고도 했다. 국회만 협조하면 한반도의 대기가 맑아질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것은 다 깽판 쳐도 된다”고 말한 바 있다. 현 정부의 관점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중국 군용기가 단순히 길을 잃어 KADIZ를 무단 침범하는 것이라면 정부의 관점에 힘이 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관점의 오류 가능성도 폭넓게 열어놓고 동북아 지정학 전반을 재검토할 일이다. 중국이 KADIZ 침범을 넘어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날이 언젠가 닥칠 수 있다고 보고,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채비를 갖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역사의 교훈에 부합한다. 나아가 ‘다른 것은 다 깽판’이 아니라 안보와 관련한 그 어느 하나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도 다져야 한다.

진실은 어느 쪽일까. ‘6회’라면 몰라도 ‘110여회’라면 ‘길 잃은 비행’일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그럼에도 정부 안팎엔 경각심을 갖는 기류가 보이지 않는다. 외려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군사강국들로부터 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인 한·미 동맹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만 노출되기 일쑤다. 뭔 징조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무시하고 동해까지 처음 왕복 비행한 것은 2016년 1월 30일이다. 이제는 하루 건너 한 번꼴의 KADIZ 정례 비행이 됐다. 국방부는 지난주 비행에 대해 주한 중국 공군무관을 불러 항의했다. 국민 생명과 재산에 대한 무한책임을 면할 길 없는 정부에 묻게 된다. 중국이 항의를 수용해 KADIZ 무단 침범을 멈출 것으로 보나. 올해 110여회 침범에 대해서도 줄곧 항의했나. 마지막으로, 왜 축소 발표를 일삼는 것인가. 사안의 경중을 가리다가 그리 됐다 해도 이해가 쉽지 않다. 대체 뭔 근거로 국민은 몰라도 된다고 보나.

이승현 논설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