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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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그냥 먼지?" 미세먼지 마스크의 허와 실 [이슈탐색]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던 여름과 초가을이 가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가을 하늘이 미세먼지에 뒤덮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미세먼지 농도 월별 통계를 고려하면, 본격적인 겨울이 끝나는 내년 1~2월까지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되는 ‘미세먼지 시즌’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입자 크기 상관없이 미세먼지는 호흡기, 피부 등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입자가 작아 체내 유입이 쉬운 반면 배출은 어려운 초미세먼지는 특히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입자 크기가 2.5 ㎛ 이하인 초미세먼지(PM2.5)는 폐에서 걸러지지 않고 혈액으로 스며들어 심장과 중추신경계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대만 아시아대학과 중산(中山)의대 연구팀은 미국의학저널 Journal of Investigative Medicine에 ‘대기오염 물질이 구강암 발병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험연구를 공개하고 파괴된 오존 및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사람은 구강암에 걸릴 확률이 43% 높아진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미세먼지 시즌 돌입…미세먼지 적극 대처 필요성 대두

이날 오전 11시 경기, 충북, 전북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국립환경공단은 이날 △경기 북부 △경기 남부 △경기 중부 △충북 중부 △전북 군산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전날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던 △전북 익산 △충남 북부 △전북 전주 지역도 현재 주의보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도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초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75㎍/㎥ 이상이 2시간 지속될 때 발령된다.

주의보가 발령되면 외출시에는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특히 현재 유입되는 초미세먼지는 미세먼지의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매우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일반 마스크로는 한계가 있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고를 때는 포장 겉면에 ‘KF(Korea Filter)’라는 식약청 인증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KF 숫자가 높을수록 차단 효과가 높다.

시중에는 KF80, KF94, KF99라고 적힌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KF80은 평균 0.6㎛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다.

◆미세먼지 마스크 고를 때 OO 확인해야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표시·광고하는 시중 방한대·마스크 중 대부분은 실제 차단 효과가 최소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의약외품인 보건용 마스크는 모두 기준 이상에 적합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유의동 바른미래당 의원과 공동으로 온라인 쇼핑몰의 황사·미세먼지 차단 효과 표시·광고 마스크 3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조사대상 35개 중 보건용 마스크 20개를 제외한 방한대 및 기타 마스크 15개다.

이들 중 14개 제품은 분진포집효율이 8∼79(평균 40%) 수준으로 미세먼지 차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해당 제품들은 ‘미세먼지 황사 마스크’, ‘미세먼지 및 각종 오염병균을 막아주는’ 등 소비자들이 보건용 마스크로 오인할 수 있는 문구를 표시·광고했다.

분진포집효율은 공기를 들이마실 때 마스크가 먼지를 걸러주는 비율이다. 분진포집효율이 최소 기준(80% 이상)에 적합한 제품은 대원안전의 ‘4중구조 위생카본마스크’1개 제품에 불과했다. 이 제품은 분집포집효율 88~90%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가운데 ‘보건용 마스크’(KF94) 20개 제품의 분진포집효율은 95∼99(평균 98)%로 기준(94% 이상)에 적합했다.

조사 대상 35개 중 방한대 2개 제품에서는 형광증백제가 검출됐다. 형광증백제는 하얗게 보이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 물질로 종이나 섬유를 더욱 희게 보이도록 할 때 사용한다. 눈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아토피, 알러지성 접촉성 피부염 등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다. 

현재 방한대 및 어린이용 일회용 마스크에는 형광증백제 기준이 없고, 특히 성인용 일회용 마스크의 경우 안전기준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성인용 일회용 마스크 형광증백제 안전기준 '無'…아토피, 피부염 유발할 수 있어

한편 폐암 환자의 30%는 비흡연자다. 지난 4일 세상을 떠난 한 유명 영화배우도 35년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극성을 부리는 초미세먼지 역시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폐암학회에 따르면 흡연 외에도 미세먼지, 유전, 기존 폐질환, 라돈·방사선 노출 등이 폐암을 유발한다.

코 점막은 직경 10㎛(1㎛는 0.001㎜) 이상의 먼지나 이물질을 걸러내고 기관지는 직경 5㎛ 정도의 이물질을 차단할 수 있다.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각종 발암물질이 섞인 채 폐를 향해 바로 들어가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정지 같은 질병 뿐 아니라 폐암까지 유발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높아질수록 폐암 발생률은 9%씩 증가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75㎍/㎥ 이상인 날이 약 1주일 이어지면 사망률이 3.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75㎍/㎥는 국내에서 미세먼지 ‘보통’에 해당한다.

폐암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환자의 90%는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이 때문에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3.5%에 불과하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흡연하지 않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