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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상인 vs 수협” 깊은 갈등의 골…철거앞둔 옛 노량진시장[김기자의 현장+]

지난 6일 서울 옛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물과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상인들이 촛불을 켜고 장사를 하고 있다. 수협은 9일 오후 5시 신 노량진 수산시장 이전 신청 접수를 마감한다.
“끝까지 남고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우겠다. 수협 측 협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옛 서울 노량진 수산상인들과 수협중앙회간에 벌어지고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옛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수협 측 직원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법원의 네 번째 강제집행이 무산된 이후 수협은 지난 5일부터 옛 시장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시행하면서 수협 직원들과 옛 상인들간 심한 욕설과 물리적 충돌이 발행하고 있다.

시장 현대화 사업 이후 신축 건물 입주를 둘러싸고 기존 상인들과 수협이 끝없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6일 옛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를 놓고 수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노량진 옛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수협 측 직원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옛 노량진 수산 시장 곳곳에는 붉은색 락카로 "붕괴 위험"이라는 보기에도 흉하게 쓰여 있다.
◆곳곳 ‘붕괴 위험’ ‘철거’ 등 흉하게 쓰여있어...‘단결투쟁’ 옷 상인들

지난 6일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이곳에선 상인들이 신축 건물 이전 앞두고 격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몸싸움과 거친 고성이 오가며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됐다.

옛 건물을 둘러 봤다. 건물에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붉은 라커로 썼다는 ‘붕괴 위험’ ‘철거’ ‘곧 철거’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보기에도 흉하게 쓰인 이 글자들을 흰색 페인트로 덮어 놓은 곳도 있었다.

안전검사에서 C등급 판정을 받은 기존 건물에서 장사하도록 둘 수 없다는 수협중앙회 측은 '철거 예정'을 통보한 상태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차량 진입로 봉쇄, 주차장 폐쇄를 시도하면서 상인들과 몸싸움도 수차례 일어났다. 수협중앙회와 옛 상인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옛 노량진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처가 내려진 지 하루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구 노량진시장에서 몇 가게들이 발전기로 불을 밝힌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단전·단수 조치가 취해진 이후 갈등 골은 더욱 깊어 가고 집회는 계속됐다. 간간이 소매 손님만 찾을 때만 기존 건물에서 장사를 계속하는 상인들은 '단결 투쟁'이 적힌 붉은 조끼를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옛 시장으로 오가는 이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통로에는 전운이 감돌기까지 했다. 나무 상자, 의자, 철제 선반과 구조물 등으로 ‘바리케이드’가 쳐져 충돌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곳곳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강제집행을 즉각 중단하라’ 등 옛 상인 측 주장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4차 강제집행 시도…상인-집행관 '극한 대립'

상인들은 법원 집행관, 노무 인력 300여명, 수협 측이 고용한 사설 경호업체 직원 100여명의 진입을 막으며 대치가 이어졌다. 옛 상인들은 "수산시장이 존치돼야 한다" "강제집행 중단해야 한다" 등을 외치며 집행관의 시장 출입을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명도소송은 상인들을 겁박하는 것”이라며 “수협의 수산시장 현대화를 따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협은 “불법 상인들의 말 바꾸기와 자기 부정으로 점철된 노량진시장 사태를 끝내야 한다”며 옛 시장 폐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신 시장은 2016년 3월 문을 열어 첫 경매를 치렀지만 옛 시장 상인들 일부가 이전을 거부하며 수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옛 노량진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치가 내려진지 하루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구 노량진시장에서 몇 가게 수조에는 물고기 배 내놓고 `둥둥` 떠 있다.
◆수협 "이전시 지원확대"...현대화 잘될까

수협은 9일 브리핑에서 “신 시장 임대료 평균은 하루 1만3000원 꼴에 하루 평균 매출은 82만 원 선”이라며 “연간 평균으로 환산하면 임대로 487만 원당 2억99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매출 중 임대료 비중은 1.6%에 불과하다”고 신 시장의 임대료가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신 시장 자리가 좁다는 주장에 대해선 “옛 시장은 상인 1인당 3.18평 수준이고 신 시장은 1인당 평균 3.84평”이라며 “1인당 점유면적이 20%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옛 시장 일부라도 존치해야 주장에 “노량진 시상 현대화 사업은 구 시장 사용이 더 이상 불가하다는 이유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성립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수협은 상인들이 2011년 제출한 탄원서에서도 현대화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고, 건축물 안전등급 상으로도 이미 사용이 위험한 구조물을 존치시킬 경우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세워진 지 48년 된 노량진 수산시장은 이전부터 시설 노후화 등이 지적돼 2004년부터 국책 사업으로 현대화가 추진됐다. 2009년 4월 시장 종사자를 대상으로 현대화사업 기본계획 설명회가 열렸고, 시장 종사자 투표 결과 판매 상인 80.3%·중도매인조합 73.8%가 사업에 동의했다.

수협은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해 2017년 4월 5일과 올해 7월 12일, 9월 6일에도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일부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9일 오후 5시까지인 신 시장 입주 신청 마감을 앞두고 전날 밤 기준 옛 시장 잔류 상점 281곳 중 과반인 150곳이 신 시장 입주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