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옛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물과 전기가 끊긴 상태에서 상인들이 촛불을 켜고 장사를 하고 있다. 수협은 9일 오후 5시 신 노량진 수산시장 이전 신청 접수를 마감한다. |
옛 서울 노량진 수산상인들과 수협중앙회간에 벌어지고 있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옛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수협 측 직원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법원의 네 번째 강제집행이 무산된 이후 수협은 지난 5일부터 옛 시장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를 시행하면서 수협 직원들과 옛 상인들간 심한 욕설과 물리적 충돌이 발행하고 있다.
시장 현대화 사업 이후 신축 건물 입주를 둘러싸고 기존 상인들과 수협이 끝없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6일 옛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를 놓고 수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노량진 옛 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수협 측 직원들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옛 노량진 수산 시장 곳곳에는 붉은색 락카로 "붕괴 위험"이라는 보기에도 흉하게 쓰여 있다. |
지난 6일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이곳에선 상인들이 신축 건물 이전 앞두고 격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몸싸움과 거친 고성이 오가며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됐다.
옛 건물을 둘러 봤다. 건물에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붉은 라커로 썼다는 ‘붕괴 위험’ ‘철거’ ‘곧 철거’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보기에도 흉하게 쓰인 이 글자들을 흰색 페인트로 덮어 놓은 곳도 있었다.
안전검사에서 C등급 판정을 받은 기존 건물에서 장사하도록 둘 수 없다는 수협중앙회 측은 '철거 예정'을 통보한 상태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차량 진입로 봉쇄, 주차장 폐쇄를 시도하면서 상인들과 몸싸움도 수차례 일어났다. 수협중앙회와 옛 상인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옛 노량진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처가 내려진 지 하루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구 노량진시장에서 몇 가게들이 발전기로 불을 밝힌 채 영업을 하고 있다. |
옛 시장으로 오가는 이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통로에는 전운이 감돌기까지 했다. 나무 상자, 의자, 철제 선반과 구조물 등으로 ‘바리케이드’가 쳐져 충돌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곳곳에는 ‘노량진 수산시장 강제집행을 즉각 중단하라’ 등 옛 상인 측 주장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상인들은 법원 집행관, 노무 인력 300여명, 수협 측이 고용한 사설 경호업체 직원 100여명의 진입을 막으며 대치가 이어졌다. 옛 상인들은 "수산시장이 존치돼야 한다" "강제집행 중단해야 한다" 등을 외치며 집행관의 시장 출입을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친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명도소송은 상인들을 겁박하는 것”이라며 “수협의 수산시장 현대화를 따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수협은 “불법 상인들의 말 바꾸기와 자기 부정으로 점철된 노량진시장 사태를 끝내야 한다”며 옛 시장 폐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신 시장은 2016년 3월 문을 열어 첫 경매를 치렀지만 옛 시장 상인들 일부가 이전을 거부하며 수협과 갈등을 빚고 있다.
옛 노량진시장 전역에 단전·단수 조치가 내려진지 하루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구 노량진시장에서 몇 가게 수조에는 물고기 배 내놓고 `둥둥` 떠 있다. |
수협은 9일 브리핑에서 “신 시장 임대료 평균은 하루 1만3000원 꼴에 하루 평균 매출은 82만 원 선”이라며 “연간 평균으로 환산하면 임대로 487만 원당 2억9900만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매출 중 임대료 비중은 1.6%에 불과하다”고 신 시장의 임대료가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신 시장 자리가 좁다는 주장에 대해선 “옛 시장은 상인 1인당 3.18평 수준이고 신 시장은 1인당 평균 3.84평”이라며 “1인당 점유면적이 20%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옛 시장 일부라도 존치해야 주장에 “노량진 시상 현대화 사업은 구 시장 사용이 더 이상 불가하다는 이유로 추진됐다는 점에서 성립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수협은 상인들이 2011년 제출한 탄원서에서도 현대화 사업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고, 건축물 안전등급 상으로도 이미 사용이 위험한 구조물을 존치시킬 경우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수협은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청해 2017년 4월 5일과 올해 7월 12일, 9월 6일에도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일부 상인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9일 오후 5시까지인 신 시장 입주 신청 마감을 앞두고 전날 밤 기준 옛 시장 잔류 상점 281곳 중 과반인 150곳이 신 시장 입주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