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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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으로 이어진 스토킹 범죄…2000년 이후 통과된 법안은 '0'건

지난달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한 남편이 전 부인을 지속적인 스토킹 끝에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가운데 국회에서 이를 막을 스토킹 관련 법안이 통과된 건수는 하나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도 지난 5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가칭)을 입법예고하며 상반기 중 국회 발의를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내부 논의를 끝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세계일보가 역대 국회에 발의된 스토킹 관련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1999년 김병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이 발의한 ‘스토킹처벌에관한특례법안’을 포함해 총 12건이 발의됐다. 이 법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반복적으로 미행하거나 편지, 전화 등을 전달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은 15대 국회에시 폐기됐다. 이후 가장 최근 발의된 법안은 지난 3월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이다. 의사에 반한 접근으로 당사자나 그 가족이 생명, 신체의 안전에 위협을 느낄 경우 판사가 스토킹행위자에게 접근 행위 제한 등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발의된 12건 모두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계류 중이란 점이다. 스토킹 관련 법안 제정을 반대하는 쪽은 스토킹의 정의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스토킹과 호감에 의해 따라다니는 행위를 어떻게 구분할 것이냐’는 것이다. 또한 기존 경범죄 처벌법으로도 문제가 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현행 경범죄 처벌법 제3조 41항에 따르면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따라다니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여 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와 관련, 2015, 2016년 스토킹 관련 법안을 발의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존 경범죄 처벌법으로는 스토킹 범죄를 사전에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지난 5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하고 한 달 간 의견을 수렴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시 법무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스토킹처벌법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여러 부처, 단체 등에서 많은 의견을 줘서 법안 발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