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숙명여고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한 12일 교육계 안팎에선 “정도의 차이가 있거나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런 일이 수두룩할 것”이란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학교 교사와 자녀 관계뿐 아니라 교사의 가족이나 친구, 선후배 등이 사교육업계에서 일하는 경우도 얼마나 많냐”며 “내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얼마든지 시험 문제와 답안이 유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숙명여고 교장, 교사의 성적조작 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학생들 사이에서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교사들을 격리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학부모 백모(50)씨도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숙명여고뿐이겠냐”며 “특히 부모와 자녀가 한 학교에 같이 다니면 수행평가 점수든 뭐든 자녀에 대한 특혜가 공공연한 비밀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민감한 반응은 내신의 중요성이 커진 탓이다. 현재 고2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4년제 대학은 10명 중 8명(77.3%)을 수시모집으로 뽑는다. 수시모집은 교과성적(내신)을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비교과 영역까지 보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이 크다.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은 고교별 학력차 등을 감안해 학종 비중이 높지만 이마저도 일정 수준의 내신이 안 되면 지원 자체가 힘들다.
12일 경찰이 숙명여고 쌍둥이 시험문제 및 답안지 유출사건의 증거물들로 제시한 접착식 메모지. 집에서 발견된 메모지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전 과목의 정답이 적혀 있다. 수서경찰서 제공 |
쌍둥이 딸이 치른 시험지에도 해당 시험문제의 정답(빨간 원)이 깨알같이 작은 숫자로 옮겨 적혀 있다. 수서경찰서 제공 |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이날 “내신과 학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그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며 “이 기회에 ‘깜깜이’ 학종보다 훨씬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능 위주의)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수시 축소·폐지’와 ‘정시 확대·100% 수능’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랐다. 이들은 교육당국이 밝힌 폐쇄회로(CC)TV 설치를 비롯한 내신 시험지·답안지 보안 강화와 교사와 자녀 상피제 적용 등도 미봉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