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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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필리핀서 발견”

“한국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있다. 필리핀에 불법으로 보낸 폐플라스틱을 신속히 수거하라.”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보낸 화물 컨테이너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수천t이 발견돼 국제 환경단체들이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14일 그린피스와 필리핀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21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항 야적장에서 총 5100t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담은 컨테이너 수십 개가 발견됐다.

이 컨테이너는 ‘합성 플레이크 조각’으로 신고됐지만 실제 내용물은 쓰고 버린 기저귀와 배터리, 전자기기 등이 뒤섞인 혼합 폐기물로 밝혀졌다.

이 화물은 현재 민다나오 항에 억류돼있으며, 그린피스를 비롯한 현지 환경단체는 한국 정부에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를 즉각 수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도 ’알갱이 형태의 목재조각 및 합성수지’로 허위 신고된 한국발 불법 폐기물 5000여t이 세부항만에 도착해 반송된 바 있다.

아비가일 아길라 그린피스 필리핀 사무소 미디어 캠페이너는 “한국이든 어떤 나라든, 부유한 나라로부터 쓰레기를 수입하는 일은 금전적 보상이 얼마이건 간에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필리핀 내에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양만으로도 이미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쓰레기장 취급해놓고 가장 심한 해양 플라스틱 오염국인지 어디인지 얘기할 때는 개발도상국에 손가락질한다”며 “문제를 개발도상국에 떠넘기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부터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국내 폐플라스틱은 다른 동남아 국가로 향하고 있다.

자료: 관세청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플라스틱 폐기물의 중국 수출 물량은 지난해 11만9575t에서 올해(1∼9월) 9379t으로 급감했다. 그 대신 필리핀 수출량이 4398t에서 1만1588t으로 2.6배, 태국 수출량도 604t에서 1324t으로 2.2배 늘었다. 대만과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물량도 증가했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들도 폐기물 수입시장의 문을 걸어잠그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만 여t의 국내 폐플라스틱을 수입한 베트남의 경우 지난 7월부터 폐기물 수입 허가 발급을 중단했다. 그 여파로 매월 2000∼5000t에 달하던 수출량이 최근에는 300∼400t으로 크게 줄었다.

말레이시아도 지난 7월부터 114개 공장의 폐플라스틱 수입 허가를 취소했다. 말레이시아는 매월 1000∼2000t의 국내 폐기물을 수입했는데 9월에는 56t에 불과했다.

서수정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캠페이너는 “이번 불법 플라스틱 컨테이너 사건은 우리나라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생산량 규제 없이 재활용이나 쓰레기 수출로 플라스틱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정부는 다른 나라에 책임을 떠넘기는 대신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의 목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생산량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