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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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한국표범

나무 타기의 달인이면서 기하학적인 장미 무늬를 몸에 두르고 있고, 파워와 탁월한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매혹적인 동물, 바로 ‘표범’이다. 우리나라에는 ‘한국표범’이 있는데, 1962년 경남 합천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돼 1973년 창경원 동물원에서 죽은 이후 공식적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이 없다.

 

한국표범의 몸길이는 140~160㎝ 내외로 덩치가 작은 편에 속하는데, 우리나라의 혹독한 추위에 잘 적응했으며,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북한 접경지역 연해주 남서쪽에만 60~70마리가 살고 있다고 전한다.

 

한때는 ‘표범의 땅 한반도’라 불릴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표범이 많이 서식했다. 옛날 옛적 표범은 호랑이와 더불어 공포의 대명사이자, 때로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소재로 우리 삶과 정서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동물이다.

 

그럼 우리 땅에서는 영영 한국표범을 볼 수가 없는 것일까. 어려움이 있겠지만 서식지를 복원하고 한국표범 개체를 도입하면 불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국내 생태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DMZ)를 연결하는 강원도 화천·양구 지역을 한국표범의 복원 서식지로 꼽고 있다.

 

다행히도 국립생물자원관은 2년 전 한국표범의 고품질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정보)을 세계 최초로 분석해 과학적으로 복원하는 데 필요한 기초 자료를 확보해 뒀다. 훗날 한국표범을 도입할 때 멸종에 취약한 면을 보완할 다양성 정보로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표범이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최고 정점에서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잊힌 이름으로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질지는 우리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한국표범이 우리 땅에 복원되는 날이 머지않기를 기대해 본다.

 

여주홍·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