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취업대란 속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된 것으로 모자라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청년세대를 위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18일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대에서 우울증, 화병, 공황장애 등 증가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2013년 4만7721명이던 20대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7만5602명으로 5년 만에 58.4% 늘었다. 전체 연령대의 평균 증가율(16.5%)의 3.5배나 된다. ‘1년 동안 2주일 이상 일상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비율’을 뜻하는 우울감 경험률은 2015년 20대(14.9%)가 50대(13.1%)를 처음 앞질렀다.
20대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원인으로 극심한 취업난이 첫손에 꼽힌다.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 5월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면 취업준비생 7명 중 1명(15.3%)이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 조사 대상자의 39.5%는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취업준비생의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시급하다”며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와 사회적 지지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사자들이 정작 도움을 요청할 곳은 마땅치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우울증 치료를 터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20∼30대의 정신건강이 다른 연령보다 나을 것이란 막연한 선입관 탓이 크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20대 중에서 “우울할 때 사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다”고 답한 이가 2016년 기준 전체의 8.2%였다.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우울증 검사는 40대 이상부터 받을 수 있고,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나 이를 20∼30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